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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월 무청

강산들꽃 2020. 5. 20. 17:55

            납월 무청

                                            강 지혜

                                         

 

추녀 밑에 매달린 풍경 이네요

납월에 쓸쓸히 겨울 바람을 맞고 있는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얼굴

흙 먼지 이는 바람도

온전히 당신의 몫이라고

온갖 서러움을 안으로,안으로 삼키다

벗겨내지 못한 삶의 때로

묵은 냄새만 납니다

 

자식은 어머니 가슴에서

젖내를 맡고 떠나가는 바람

풍경 안에 머물다가는 한 줌 바람 이겠지요

시래기 눈 속에 들어 차는 흙 알갱이로

서걱서걱,아직도 그 묵은 속을 새까맣게 파먹고 있는

이 철없는 자식을 겨우내 기다리며

찬 바람의 끝자락에서

헤지고 바랜 이파리

거죽만 남은 저 마른 시울

 

사방에서 연신 나를 부르는 소리

바람결에 섧히 울려 옵니다

저기,어머니가 꽃살 눈을 감은 채

쇤 머리칼을 흩날리며

처마 끝에서 손 흔드시네요

 

 

*** 납월 무청:음력 섣달 무우 시래기

 

**처마의 매달려 말라가는 무청 모습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비유한 작품이다.

아무런 조건과 이해타산 없이 순수하게 자신이 지닌 것들을 내어주며

한없이 베풀어 주는 모성적 사랑을 표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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