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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강산들꽃 2020. 5. 20. 18:00

            봄

 

                   강지혜

 

봄 내린 뜰

메주를 찬찬히 펼쳐 놓으시는 할머니

콤콤한 몸이 햇볕을 쬐는 동안

흙 배긴 항아리를

짚으로 말갛게 닦으신다

오금 한 번씩 펼 때마다

햇볕이 불룩

장독마다 햇살이 튄다

항아리 안에 푸른 하늘이

둥그렇게 먼저 들어 앉고

 

 -볕이 잘 들어야 장맛이 좋은겨

할머니의 머리칼이 은실로 반짝인다

 

개집 속에 개밥 그릇도

볕 잘 드는 곳으로 나간다

햇볕을 따라 나간 누렁이

햇살에 버무려진 밥을

참 맛나게 먹는

 

따슨 바람과 햇발이

마당 그득 널린 날

 

*작품 감상

 

봄을 생각하면 마술 같다.거짓 같은데 그대로 참인 사물 현상을 보고 그 혜택 안에서 우리 모두 살아간다.

그 중 봄날의 햇살에는 과학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무량한 아름다움과 힘이 있다.

그 힘을 근원으로 대지에서 싹이 트고,웅크린 우리는 '오금'을 펴고 세상에 나선다.

모든것이 봄이니까.

이 시는 햇살과 할머니와의 관계,혹은 의미를 중심에 놓고 화사하게 펼쳐진다.

'항아리'를 '짚'으로 닦는 것에서 화학이 배제 되었던 시절을 보고,'항아리 안에 푸른 하늘이 먼저 둘그렇게 들어 앉'는 것의 발견에서 각이 아닌 원을 살던 시대를 본다.

개밥을 햇빛속으로 집어내는 전개는 시골 살림의 풍경을 절로 불러내며 웃음 짓게 한다.

봄은 이렇듯 새내기들의 계절이지만 '할머니'는 얼마 안 있어 이 봄에서 사라지는 것이 이치다.

그런 핡너미 이기에 봄날의 이치를 안다.그 애틋한 순응이 시에 숨어있는 내용이겠다.

모처럼 발견한 긍정의 풍경이 화창하다

      -장석남님/시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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