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화전

강산들꽃 2013. 6. 5. 00:32

 

                 가르마

                   강 지혜

자르르르,감빛 도는

어머니 머리에 나있던 황톳길

길섶에 갈대밭이 서걱 서걱,

바람에 갈대꽃 흐드러지더니

이내 길이 덮혔다

 

한 갈래 섧은 삶

덤불로 덮힌 가르마

어머니는 습관처럼

그 옛날 황톳길을 더듬 더듬,

손갈퀴로 마른 덤불을 헤집고

쓸어 올리기를 되풀이 하신다

 

여섯 자식들을 홀로 키우신 어머니

반듯하게 흙기름 번지던,

속울음으로 풀썩 주저앉기도 했던 길

 

손가락으로 다시 길을 내어 본다

흙살에서 어머니 젖 냄새가 난다

단내나는 품 속

두 뼘도 채 안되는

마음 마음이 이어진

 

사라진 황톳길

가르마 섶에

갈대 풀씨만 하얗게 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