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6/18 [09:27] | 조회수 : 41 흙과 아버지 논 물꼬를 지키느라 한뎃잠에 덤불 머리 새벽 이슬에 젖어 오신 아버지 책 가방을 꾸릴 쯤 샘에서 낫을 가시며 또 하루를 꾸리셨다 공 들여 키운 벼는 노랗게 영근 머리로 고개 숙였다 흙은 아버지 바램을 거스르지 않았다 심어 놓는대로 손길 주는대로 꼭 보답 해 주었다 흙에게서 배우며 깨달으며 일곱 자식들은 흙의 기운을 먹고 자랐다 비 내리는 아침 젖은 땅 어디선지 달근한 술빵 냄새 자글자글 논 수멍통에 모여 살던 미꾸라지 뛰놀던 논둑 밭둑 기억 속에서 생생히 펼쳐 진다 물이 고이면 수멍통을 틀어 막고 옆 논으로 물길을 내던 아버지 한숨 웃음이 배어 있는 흙은 아버지의 온가슴 건물이 들어서면서 거칠어진 들숨날숨 해 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