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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랑은 조화된 하나의 정념(情念)입니다

강산들꽃 2011. 2. 14. 09:07

[박종국의 글밭 2011-93]


사랑은 조화된 하나의 정념(情念)입니다


박 종 국


왜 사느냐고 물으면 그 대답은 다 다를 겁니다. 흔히 살기 위해서, 먹기 위해서, 즐기기 위해서 살지만, 사랑하기 위해서 산다고들 합니다. 사랑은 삶에 맛깔을 더하는 양념임에 틀림없습니다. 동서고금을 말론하고 문학작품에는 의례 ‘사랑’이 지고불변(至高不變)의 화두로 자리 잡고 있으며, 종교는 물론, 사회, 문화, 교육에 이르기까지 궁극적으로 사랑을 갈파하고 있습니다.


에로스(Eros)는 본래 정신적인 사랑을 의미하였습니다. 그러나 육체적인 사랑의 뜻으로 변화되어 인간이 문화세계를 향하여 전진하는 노력을 통하여 육체적 존재로서의 에피투미아(Epitumia)적 생활을 버리고, 자타공영의 생활을 에로스의 생활이라고 합니다. 아가페(Agape)는 인격적․정신적 사랑을 뜻하며, 인간 상호 간에 형제애를 뜻하는 말로, 조건 없는 사랑으로 자기를 희생하는 타자본위의 생활이 아가페의 생활입니다. 또한 인간이 육체적 존재로서만 생활하고, 자기본위로만 생활할 때 이것을 에피투미아의 생활이라고 합니다. 결국 사랑은 자기본위든 자타공영이든 타자본위든 하나의 꽃봉오리를 맺게 마련입니다.


어떤 사랑을 원합니까. 우문현답일지는 모르겠으나, 사랑은 어느 한 쪽만의 일방적인 배려나 헌신을 매개로 할 때는 그 빛이 오래 가지 못합니다. 흔히 청춘남녀가 단장춘심(斷腸春心)으로 만나 잘잘 끓어오르지만 대개 뒷맛이 씁쓸해지기 십상입니다. 그렇다고 중년의 성숙된 사랑이 느긋한 정념을 가지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은 나잇살을 따져들 게제가 아닙니다. 사랑은 사람을 사랑하는데 오직 덕의(德義)로써 해야지 일시적이고 고식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사랑으로 아파본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애인이덕(愛人以德)으로 서로 충실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사랑하는 데만 골몰한 나머지 고슴도치의 사랑이어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어미 소가 송아지를 사랑하여 혀로 핥는다는 지독지애(舐犢之愛)한 사랑은 자칫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 맹목적인 사랑으로 치우칠 염려가 있습니다. 사랑은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합니다. 근데도 크고 작은 사랑앓이를 하는 것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는 장미꽃의 가시도 안 보입니다. 사랑은 ‘애인자즉인애지’(愛人者則人愛之)해야 합니다. 즉, 내가 남을 사랑하면 남도 나를 사랑하게 마련입니다.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아무리 열렬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결국에 사랑은 미덕의 아침이요, 미움은 악덕의 저녁입니다. 그렇기에 진정한 사랑을 하려면 그 무엇보다도 ‘조건 없는 사랑’에 충실해야합니다. 미련한 사랑을 할수록 한쪽으로 기울고, 한편으로 마냥 치우칩니다. 오직 주기만 하고 받기만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랑은 아무리 참사랑이라고 해도 썰매타기처럼 매 사냥처럼 오래가지 못합니다. 금방 싫증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참 좋은 인연으로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면 세상의 빛이 밝아지고, 생활 자체가 도드라지게 됩니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의 인격을 높이고, 심성을 진실케 하며, 생활을 정화합니다. 진실한 사랑을 하면 내가 나 혼자만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내가 다른 한 사람의 인격체 속에서 자신의 결점이나 많은 불충한 것들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상대방을 통해서 보람을 얻게 되며, 또한 상대방도 나를 통해서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 속에는 윤리적 합일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만큼 강한 것이 없습니다. 사랑은 그 모든 것을 능히 다해낼 수 있습니다. 사랑의 정열은 그침이 없습니다. 사랑이 아름답고, 헌신적이며, 활동적일 때, 이 세상에 사랑만큼 기쁘고, 즐겁고,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그런 사랑이라면 비록 사랑해서 잃는 것이 있다고 해도 사랑하는 것이 낫습니다. 꽃이든 잡초든 그 향기와 빛깔은 여전히 야생적일 때 아름답습니다. 사랑도 온실의 꽃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야생식물로써 습한 밤에도 생겨나고, 햇빛이 비치는 낮에도 끊임없이 생겨나야합니다.


진실한 사랑은 상대를 자기 방식대로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습니다. 한없는 관용과 조그만 것에서부터 서로 다른 시각에서 함께, 같은 방향으로 쳐다봅니다. 사랑의 마음에는 모든 것이 포근히 안길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사랑은 분별이 있어야합니다. 사랑은 아주 차분하고도 친밀한 싸움이어야합니다. 못 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듯이 사랑을 하면, 사랑의 고뇌처럼 달콤한 것이 없고, 사랑의 슬픔처럼 즐거움이 없으며, 사랑의 괴로움처럼 기쁜 것은 없습니다. 사랑에 죽는 것처럼 행복한 것이 없습니다. 사랑은 조화된 하나의 정념(情念)이기 때문이지요. 2011. 02. 14.


출처 : 박종국 수필가의 일상이야기
글쓴이 : 박종국 원글보기
메모 : 사랑은 삶의 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