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

[스크랩] 참 좋은 향기를 가진 사람들

강산들꽃 2011. 2. 10. 00:57

[박종국의 글밭 2011-79]


참 좋은 향기를 가진 사람들


박 종 국


난 잇속을 따져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그저 눈길이 따사롭고 삶에 대한 진정성을 가졌다면 붙잡고 만난다. 그렇게 사귐을 튼 사람들은 실망을 주지 않는다. 물질적 향유가 많다고, 높은 사회적인 지위를 가졌다고 해서 크게 대접하며 만날 까닭이 없다. 그런 만남에 치우치는 것은 비굴하다.


물은 일정한 방형(方形)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각진 그릇에 들면 각진 모양을 이루고, 원형의 그릇을 만나면 원만한 방형을 이룬다. 찌그러진 그릇이면 찌그러진 대로 만족하고, 닳고 헤어진 그릇이라면 그에 맞는 때깔을 만족한다. 더구나 바닥에 뻥 구멍이라도 뚫렸으면 쉼 없이 줄줄 흐른다. 그래서 물은 어느 것 하나에도 막힘이 없다.


아무리 좋은 그릇이라도 애써 부시지 않으면 거무데데한 때가 낀다. 그렇듯이 사람을 만나는 일도 스스로 신실하지 않으면 사발 깨어지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행여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 만난다는 것은 여간한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겉과 속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하는 자리만큼 속절없는 게 또 있을까. 간혹 간을 다 빼줄 것처럼 허허대며 사람 좋아도 땟국 절은 언행을 엿보게 될 때 정나미가 다 떨어지는 낭패감을 맛볼 때가 있다. 


흔히 그 사람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라고 부추기지만 실상은 야누스 같은 정형을 드러내면 실로 고역이다. 바깥에 나가서 남한테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다가도 집안에 들면 가족을 달달 볶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속마음은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태연자약하게 너스레를 떠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기합리화에 능한 사람들은 대개 말소리가 나긋나긋하다. 쓸데없는 일에 꼽사리를 끼는 일이 많고, 쉽게 흥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은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제 하고픈 말을 곧장 쏟아버린다. 타인의 고충과 아픔 따위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글 쓰는 사람 중에도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일마다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두루뭉술하게 행동한다. 옳고 그름을 따져 어느 한편에 서야하는 입장인데도 제 하고픈 이야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마치 남의 입장을 헤아려주듯 나긋나긋한 처신머리를 보면 다시는 만나고 싶은 생각이 싹 가신다. 내가 너무 편협한 사고를 갖고 있는 탓일까.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겁고 아름다워야 한다. 한 잔의 차를 마셔도 곱게 내어진 찻잔이 좋으면 그 향기가 덤으로 주어지듯이 좋은 사람의 향기도 각자 그릇을 부시는데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언제나 사람 만나는 게 좋다. 글을 쓰면서 출판기념회를 통해서 만났던 사람들의 면면은 물의 흐름과 같이 좋은 그릇을 가진 사람들이다. 참 좋은 향기를 가진 사람은 언제 어디서고간에 그윽한 향취를 담아낸다. 2011. 02. 04



출처 : 박종국 수필가의 일상이야기
글쓴이 : 박종국 원글보기
메모 :
박종국 수필가


박종국 수필가

△경남 창녕 출생
△진주교대 국어교육학과, 창원대 대학원 교육학과(석사) 졸업. 창원대 노동대학원 노동복지학과 수료
△《경남작가》로 작품활동 시작(2000)
△한국작가회의 회원. 경남작가회원 이사
△창녕 부곡초등학교 교사
△수필집『제 빛깔 제 모습으로 함께 나누는 사랑은 아름답다』, 『하심下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