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oetnews.kr/sub_read.html?uid=15100&mode=
외발 수레
발이 하나라고 웃지 마세요
논두렁 좁은 길도
콩밭 비탈길도
난 갈 수 있어요
어디든 꿋꿋하게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민다면
풀길도 자갈밭도
한 발로 힘차게 갈 거예요
거름을 싣고 가서
푸른 싹을 틔울 거예요
금빛 햇살을 가득 나를 거예요
세상에 꼭 필요한 내가 될 거예요
낙엽
쌀쌀한 날
연신 낙엽을 쓸고 계시는 경비 아저씨
단지 한 바퀴 돌고 나면 수북이 쌓이고
쓸고 나면 또 쌓이고
아저씨 주변을 휘휘 맴돌며
자꾸만 일을 시키는 낙엽
허리 한 번 펼 새 없으시다
그런데 아저씨는 힘들지도 않으신지
그저 허허 웃으신다
낙엽이 내 할 일을 주니까
일거리가 없으면 손을 놓아야 되니까
그러니 고맙지
또 낙엽은 거름이 돼서 나무를 키우거든
낙엽을 고마워 하는 아저씨
이파리 다 떨군 앙상한 나무도
아저씨를 굽어보며 힘을 낸다
▲강지혜 시인
시집 『별을 사랑한죄』 산문집 『내 안의 나에게』
동시집 『별나무』 『꽃소금』 『반딧불이의 희망』 등 공저 다수
기사입력시간 : 2023년 10월13일 [07:01] ⓒ 시인뉴스 포엠
기사원문 : http://www.poetnews.kr/sub_read.html?uid=15011&mode=
빗물저금통
비 오는 날
지붕에서
벽에서
조르륵 조르륵 모인 빗물
텃밭에 채소들도 키우고
나무도 키우고
미세 먼지도 씻어내고
아버지의 일손을 거든다
조금씩 조금씩 불어나는 빗물통
우리 집 든든한 저금통이다
하수구로 흘려보냈던 빗물이
모여 모여 아주 큰 일을 해낸다
훌륭한 자원이 된다
왕소금
한 웅큼 휘휘
깎둑깍뚝 썬 무우
굵직굵직 대파
뚜다닥 뚝딱
알캉알캉 깍뚜기
그 속에서 빛나는
투박 하지만
맛갈나게 녹여내는
엄마의 마음
▲강지혜 시인
시집 『별을 사랑한죄』
산문집 『내 안의 나에게』
동시집 『별나무』 『꽃소금』 『반딧불이의 희망』 등 공저 다수
기사입력시간 : 2023년 12월06일 [07:41] ⓒ 시인뉴스 포엠
기사원문 : http://www.poetnews.kr/sub_read.html?uid=15228&mode=
감자
발가락 사이사이 하얗게 분이 묻어난다
앓는 소리 각질로 쌓여 부어오른 두 발
보조기 속에서 옥죄인 날들
발가락은 오롯이 한뉘 자리를 지킨다
옹송그린 새끼발가락도 힘을 보태
어깆어깆 디딜 때마다
온힘껏 나를 받치고 또 하루를 받쳐든다
거무죽죽한 날도 속까지 팍팍한 날도
고개짓 한 번 없이 온전히 제 몫
온시간을 덧댄 양말 벗기자 물씬한 감자 찐내
푸슬푸슬 가쁜 숨을 뱉어 낸다
고단함이 불거진 뭉뚱한 발
등 둔덕에 해를 품고
삶의 길섶에서 비단길 그리며
마디마디 숨결을 고른다
마음 모서리 환한 내일을 꿈꾼다
저울질
왼손엔 서류 가방 오른손엔 도시락 가방
양팔에 무게를 맟추고 서둘러 나선다 아침을 딯는다
직장을 다닌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한 지금
할 일을 마음 한 칸 서랍에서 꺼내보며
기울어지면 안 된다
내 뜻과는 다르게 시간마저 기울 수 있다
걸음마다 나를 곳추세운다
어깆어깆,급할수록 더뎌지는 걸음
앞길이 천리만리
또 하루를 저울에 올려 놓고
틀어진 허리에 두 발도 박자 맞춰 기우뚱 기우뚱
고개짓으로 좌우 수평을 맞춘다
해가 중천에 뜰세라 양손에 힘을 꽉 주고
어디 순풍의 날만 있으랴
번쩍번쩍 잘 들리지 않는 발
비스듬한 시간의 돌턱을 건널 때마다
떨림속에 조금씩 찾게되는 안정
다시금 오늘을 저울질 한다
다리를 끌며 불끈 온하루를 저울질 한다
▲강지혜 시인
시집 『별을 사랑한죄』
산문집 『내 안의 나에게』
동시집 『별나무』 『꽃소금』
장애인식개선 동시집 『반딧불이의 희망』 등 공저 다수
기사입력시간 : 2024년 01월11일 [09:08] ⓒ 시인뉴스 포엠
기사원문 : http://www.poetnews.kr/sub_read.html?uid=15378&mode=
맛소금
햇살 한 큰술
숭덩 자른 바닷바람 한 모
싱그런 바다 내음도 한꼬집
조물조물
엄마의 정성을
한가득 버무린
손끝에서
입가에서
환하게 피어나는
바다의 고운 꽃
소금
매콤새콤 비빔 국수에
아삭아삭 배추 겉절이에
짭쪼롬 알감자 조림에
한 상 가득
맛갈나게 차려진
엄마의 마음
변함없는 손맛처럼
정갈한 엄마를 닮았다
▲강지혜 시인
시집 『별을 사랑한죄』, 산문집 『내 안의 나에게』
동시집 『별나무』 『꽃소금』 『반딧불이의 희망』 등. 공저 다수
나의 小詩集 • 6 – 강지혜 시인 편 봄날 外 |
기사입력시간 : 2024년 01월22일 [09:54] ⓒ 시인뉴스 포엠
기사원문 : http://www.poetnews.kr/sub_read.html?uid=15424&mode=
▲강지혜 시인
시집 『별을 사랑한죄』
산문집 『내 안의 나에게』
동시집 『별나무』 『꽃소금』 『반딧불이의 희망』 등
공저 다수
봄날
봄 내린 뜰
메주를 찬찬히 펼쳐 놓으시는 할머니
콤콤한 몸이 햇볕을 쬐는 동안
흙 배긴 항아리를
짚으로 말갛게 닦으신다
오금 한 번씩 펼 때마다
햇볕이 불룩
장독마다 햇살이 튄다
항아리 안에 푸른 하늘이
먼저 둥그렇게 들어 앉고
볕이 잘 들어야 장맛이 좋은 거여,
할머니의 머리칼이 은실로 반짝인다
개집 속에 개밥 그릇도
볕 잘 드는 곳으로 나간다
햇볕을 따라 나간 누렁이
햇살에 버무려진 밥을
참 맛나게 먹는
따슨 바람과 햇발이
마당 가득 널린 날
나물 할머니
쌀쌀한 날 버스 정류장 앞
언제나 그 자리에서
찬 바람을 걸치고 옹송그린 할머니
캐 온 냉이며 달래 쪽파를 정성스레 다듬으신다
옹이진 손마디로
다 다듬은 쪽파의 등을 자꾸 쓸어 내리신다
나란한 나물들
다 팔아도 일 만원 남짓
할머니 얼굴에 핀 검버섯처럼
손끝에 흙물이 거뭇거뭇
지나는 발자국 소리를 손갈퀴로 긁어 담고
속엣말을 허연 입김으로 뱉으신다
수북이 냉이 한 줌 덤으로 얹고
자식들이 아른거리시는지
가는 뒷꿈치를 한동안 바라보신다
지긋이 나물을 움켜 쥐신다
앙상한 손으로 또 저무는 하루를 다듬으신다
봄꽃
봄날
화단의 꽃들만 고운 것은 아니지요
햇살 머금은 동생 입가에도
봄볕 아래
밭을 일구고 오신
아버지 팔등에도
하얀 이팝꽃
군데 군데 무리 지어 피었어요
따스한 햇볕이 살갗을 간질일 적마다
봄 바람도 달려와 앉다 가고
희망이 숨 쉬는 마음밭에
고운 햇살 가루가 수북
흙 내음 묻어나는
버짐꽃이 활짝 피었어요
봄을 맞아 새하얗게 피었어요
마늘 심은 날
마늘을 심고 오신 할머니
손톱 끝에 거뭇거뭇 흙살
손에는 마늘 냄새가 배어 있다
호박 구덩이에 정성도 듬뿍
조금 있으면 햇살 비닐 씌우고
별가루 왕겨를 뿌리실 거다
곧 희망의 싹이 움트겠지
하늘 보며 사랑은 자라나겠지
마음의 갈피마다 알 굵은 마늘향
고생 하신 할머니 팔을
꼭꼭 주물러 드린다
한 뼘씩 맞춰 마늘을 심듯
꽃씨 심기
꽃씨를 심었어요
내 마음을 꼭꼭 담아 심었어요
햇살 한 웅큼도
흙 갈피에 넣었지요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고운 꿈이 피어나겠지요
햇살이 꽃씨를 안아
꽃눈을 환히 밝혀 주겠지요
내 마음도 꽃처럼
활짝 피어나겠지요
봄 한 줌
햇볕 좋은 날
나들이 나온 아기
손을 오므렸다 폈다
햇살 한 줌
구름 한 줌
바람 한 줌
가만히 폈다 오므렸다
봄 한 줌
넣었다 폈다 하네
봄까치꽃
부르기가 우스운
원래 이름
개불알꽃
눅눅한 풀섶
마른 논두렁에서도
늘 하늘을 마음에 그려
아름답게 필 거야
하늘 닮은 파란빛으로 필 거야
네 잎의 손안에
가득 부푼 은빛 솜 몽우리
길 가장자리
겨울 바람 속에서
새봄을 꿈꾸며
봄날을 기다린다
노랑 나비
네가 어디에 숨을 건지
난 알아
나무 의자에 앉았다
풀밭을 서성거렸다
살살 내 눈을 흔들어 놓지만
찾았다
바람 등에 살짝 업혀
유채 꽃밭에 앉아 있는 거
너를 똑 닮은 노란 꽃잎 속에
시침 뚝 떼고
점 무늬 노란 옷자락
다 보이는 걸
봄
들리세요?
스르르 봄 문 열리는 소리
아직도 눈가에
겨울잠이 묻어 있는 새싹
환한 햇살에 실눈 뜨고
기지개를 켜요
봄바람에 얼굴 씻고
연초록 옷 입어요
잎 잎마다 팔 벌려
햇살을 안아요
곧 마음 한가운데
꽃이 피어나겠지요
쏙쏙 새로운 꿈이 돋아나겠지요
마음의 창을 활짝 열어요!
❦❦❦❦❦❦
【동시】
기사입력시간 : 2024년 03월08일 [08:14] ⓒ 시인뉴스 포엠
기사원문 : http://www.poetnews.kr/sub_read.html?uid=15616&mode=
【동시】
동그라미 강지혜
동그란 내 얼굴
동그란 밥공기
동그란 고양이 눈망울
모두 다 동그라미
유치원을 갔다와도
밥을 잘 먹어도
심부름을 해도
참 잘 했어
엄마는 날마다 두 팔 높히 동그라미를 그려요
동그랗게 오므린 내 입술
동그랗게 핀 엄마의 마음
나도 두 팔 번쩍 동그라미를 그려요
하늘 높히 그려요
삼월 강지혜
새싹이 고개 내밀고
파릇파릇 돋았다고
햇살의 손짓에 따라 갔어요
흘깃 지나는 바람
옷단을 여미게 하지만
마음밭 가득 봄볕 스며요
새 희망이 고개 내밀고
연초록 빛깔로 돋아나요
밑그림으로 그려보는 나의 꿈
곱단히 색칠 해 봅니다
▲강지혜 시인
시집 『별을 사랑한죄』
산문집 『내 안의 나에게』
동시집 『별나무』 『꽃소금』 『반딧불이의 희망』 등 공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