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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봄' 2023년 가을호 출간

강산들꽃 2023. 9. 3. 13:30

계간『문학의봄』 2023년 가을호(통권 68호)가 출간되었습니다.
글은 창간 13주년을 앞둔  이시찬 발행인의  권두언과  제 63회 신인당선자의 얼굴과 당선소감문으로 시작합니다.

 

이어 안영신 작가의 <화원의 스케치 기행> '수연산방'과 안휘 작가의 [특집-집중탐구]에서는 문둥이 시인으로 잘 알려진

한하운 시인에 대한 탐구로 (한하운-지옥에서 새를 키운 사나이)를 배치했습니다.  

'초대시조'는 [청풍명월정격시조문학회]의 다섯 시인들께서 채워주셨고,  특별기고로 김우종 명예 교수님의  '사진 속의 나'를 

담았습니다.

이어 '시(시조)마당', '수필마당', '미니픽션', '동화', '소설'이 가을호를 풍성하게 했습니다.

162쪽부터는 제63회 신인상 심사평과 당선작인 수필과 소설이 차례로 자리 잡았습니다.

187쪽 부터는  '회원 동정'과 출간 소식 등 광고로 마무리했습니다.

 

강지혜  동시 2편 수록

 

                 빛나는 졸업장

 

 

해묵은 다짐 촛대에 밝히고

할아버지께 초등학교 졸업장을 올리시는 할머니

슬은 은비녀에 닳은 세월

보답받듯 가슴에 품어보는 눈물의 졸업장

여든 여덟에 꿈을 이룬

어디 이만한 세상 낙이 또 있을까요

 

열여덟에 시집와 모진 가난 업으로 삼고

분칠 한 번 하지 않으셨던 할머니

어린 나이 매운 시집살이 눈물이 아니라

감격에 쏟아지는 진주알 같은 눈물입니다

팔십 팔세,팔팔한 베움의 열정

어두운 눈에 가,,,,꾹꾹 눌러쓴 지난날들

울컥 목이 메어옵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고 여한이 없구먼,

반에서 최고령 삐뚤빼뚤 써 내려간 글자

저고리에 졸업 가운 입고 사각모 쓰신 자랑스런 우리 할머니

한 겹 땀이 밴 졸업장을 제일 먼저 할아버지께 보여드립니다

 

흐뭇하게 웃는 할아버지

평생 한을 풀었구먼,

피어오르는 향 냄새에 달빛이 유난히 환한 밤입니다

 

 

                        할머니의 갑골문자

 

 

 

거북등 같은 할머니 손등

깊히 패인 주름골마다 글자가 새겨져 있다

 

현이,석이,훈이

점점이 박힌 애틋한 손주 이름

할머니는 손등을 어루만지며

회빛 바랜 눈동자에 손주들을 담는다

자글한 이름들 하나씩 꺼내 부르신다

온고생에 닳고닳아 짤몽한 손

검버섯으로 여울진 꽃다운 시절을 그리며

 

헐벗은 나무 껍질

검푸른 뿌리 힘줄마다 툭 툭 불거진 글자

오늘도 사박사박 손길을 걷는 손주들

 

맨흙 같은 할머니 손등

손주들 이름만은 선명히 새겨져 있다  

 

 

 

*간단약력:강지혜

 첫시집:<별을 사랑한 죄>

동시집:<별나무> <꽃소금> <반딧불이의 희망>

산문집:<내 안의 나에게>외 공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