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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전의마을도서관-장 인순 전.한국원자력 연구소 소장

강산들꽃 2023. 1. 1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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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먹고 책에 낙서해도 OK”···산골 ‘전의마을도서관’[현장에서]

“책을 빌려줄 때 특별한 대출 절차가 없고 기록도 안합니다. 그냥 가져가서 읽다가 반납하면 돼요. 책에 낙서도 해도 됩니다. 다만 나중에 책을 읽을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낙서를 해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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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들꽃] [오후 4:04] [9080실버청년] "부지런히 책 읽으세요, 늙지 않습니다"
출처 : 뉴스1 | 네이버 뉴스

‘대한민국 원자력의 아버지’에서 ‘전 세계 최고령 도서관장’으로
장인순 박사의 아름다운 노후…“늙음과 낡음은 다르다”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오는 2026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100세 이상 인구 역시 2020년 이미 5000명을 넘겼다. 칠순잔치도 옛말이 되고 있다. 현실로 다가온 초고령화 사회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 청년처럼 살고 있는 80~90대 현역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대전 유성구 신성동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가진 장인순 박사가 자신의 저서 ‘여든의 서재’를 들고 독서와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News1 최일 기자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늙지 않는 비결이요? 부지런히 책을 읽으세요. 독서는 사람을 젊게 만듭니다. 생각이 무너지지 않아야 젊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대한민국 원자력의 아버지’로 불리며 핵연료 국산화의 핵심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장인순 박사(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

1940년생으로 올해 만 여든세 살인 그는 동갑내기 아내 임경자 여사와 함께 대전 유성구 신성동에 거주하며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에 자리한 자택으로 기자를 초대한 장 박사는 자신의 새로운 별칭부터 소개했다.

“제가 바로 ‘전 세계 최고령 도서관장’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수선한 시절이던 지난 2021년 어린이날, 세종시 전의면 어천길(유천리)에 문을 연 전의마을도서관에서 그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 그리고 책 속에 묻혀 산다.

미래 세대가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원대한 꿈을 심는 데 장 박사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하며 그 누구보다 의미 있고 알찬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에서도 외진 깊은 산속에 둥지를 튼 도서관의 관장을 맡고 있는 그에게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창(窓)’인 독서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천이 된다.

누구나 자유롭게 24시간 이용 가능하다는 전의마을도서관에는 장 박사가 2020년 발간한 저서 ‘여든의 서재’ 판매 수익금으로 구입한 책과 각계로부터 기증받은 책을 합쳐 1만5000여권의 양서가 소장돼 있다.

어린 시절 섬마을(전남 여수가 고향)에서 자란 그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산촌에 도서관을 만들었고, 수학·과학·글쓰기 등을 함께하며 과학자로서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대전에서 도서관까지 왕복 100㎞가 넘는 거리를 직접 운전하며 매일 출퇴근하는 그는 여든이 훌쩍 넘은 지금도 20~30대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감사하며, ‘생각이 무너지지 않았다’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1940년생 동갑내기인 장인순 박사(왼쪽)와 아내 임경자 여사. 1969년 결혼한 이들 부부는 54년간 해로하며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News1 최일 기자

“젊어서는 육체가 생각을 끌고 가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생각이 육체를 끌고 가죠. 정신이 무너지면 우리의 육신은 금방 무너집니다.”

매일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그는 “누구든 장수하려면 독서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아보니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은 나이를 먹는 것입니다. ‘러브 에이지’, ‘러브 네임’ 내 나이와 이름을 자랑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아무개 누구 했을 때 ‘아, 그 사람 괜찮은 사람’이란 평을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룬 게 아무것도 없는 삶 무의미하지요. 소중한 무언가를 이루는 삶, 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지요.”

독실한 크리스천인 장 박사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시력을 보호해 주소서’라는 기도를 올린다. 살아있는 동안 책을 열심히 읽고 좋은 글을 쓰겠다고 날마다 다짐하는 그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새길 만한 글을 발견하면 일일이 메모를 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버무린다. 일종의 ‘발효’와 같은 작업으로 그는 일기를 쓰듯 손수 컴퓨터 작업을 하며 이것을 매일매일 정리한다. 한 구절 한 구절 금언(金言)과 같은 깊이 있고 농익은 글모음이 삶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남의 글에 자기 생각을 입혀야 자기 것이 됩니다. 책을 읽고, 저자를 읽고, 자신을 읽어야 합니다. 이러한 '3독'(讀)의 경지에 이르러야 진정한 독서라고 할 수 있죠.”

인류 최고의 유산인 책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마음의 양식을 풍부하게 하고 활력 넘치는 정신운동을 하는 장 박사는 도서관 주변 산에 오르고, 집에선 실내 자전거와 아령 등으로 틈틈이 운동하며 정신 건강과 육체의 건강을 동시에 지키고 있다.

장 박사는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매사 긍정적인 사고와 베푸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늙음과 낡음은 다른 것”이라고 했다.

늙음과 낡음이 함께하면 허무와 절망 밖에 없지만 늙어도 낡지 않는다면 삶은 나날이 새로워진다는 것. 몸은 늙어도 마음과 인격은 더욱 새로워지고, 그러면 보다 원숙한 삶이 펼쳐지면서 진리에 대한 큰 깨우침이 다가온다고 한다. 겉은 늙어가도 속은 날로 새로워지는 것이 아름답게 늙는 비결이다.

장인순 박사가 대전 유성구 신성동 자택에서 아령을 들고 실내 자전거를 타고 있다. ⓒNews1 최일 기자

늙음은 병이 아니고, 변화하는 것일 뿐이라는 그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고정된 나이에 관한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즉 ‘공부는 젊어서 해야 한다는 말은 틀렸다.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배워야 한다. 젊어서 일하고 나이 들면 쉬어야 한다는 말도 틑렸다.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신체활동과 정신적·사회적 노력을 결합해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장 박사의 지론이다.

새로운 희망으로 2023년의 문을 활짝 연 그는 <뉴스1> 독자들을 향해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새해 아침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며, 고비를 넘길 힘을 스스로에게 불어넣는 시간입니다. 올해는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것에 도전해야 할지 생각하고 이를 실천한다면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젊어질 수 있습니다.”

최일 기자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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