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혹
강지혜
언제부터인가 불룩,불거진 혹이 옷에 쓸린다
낱생각은 먼지로 떠다니고
껌껌한 내 안에 물컹한 울음
덧댄 시간들이 씨실 날씨로 봉인 돼 있다
일상에 눌려 때로 눈물겨워 깊어진 뿌리
하루하루의 거스러미
엎어 놓은 쪽박 만 하다
짓무른 날이 갈수록 굳어져 가는 걸
만져 보고서야 안다
숨가쁜 시곗바늘은 시리게 등에 와 박히고
어둠에 갇혀 두려움이 밀려오는 순간
어두울수록 빛은 더욱 밝은 법이라지
언젠가 어둠은 걷히기 마련이라지
등줄기에 환한 미소로 번지며
생각의 가지끝 매달린 혹
혈관 켜켜이 질긴 희망도 한 홉 부풀어 오른다
욕실화
강지혜
아슬아슬 빙판길
간신히 변기에 앉자 자꾸만 벗겨진다
신경줄 녹슬어 튕겨지는 낡은 소리
거무죽죽한 발 안간힘 발짓으로 꿰어보지만
그만 떨어지고 만다
뚫린 가슴에
볕 한 줌 들지 않는 날들
마음의 갈피마다 밴 눈물을
속울음으로 삼키고
어깆어깆 딯던 날도
젖은 시간이 마를새 없는 날도
오롯이 한자리에서
또 하루의 무게를 견뎌 낸다
닳은 굽 모서리
밝은 내일을 꿈꾸며
형광 불빛 한 자락 끌어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