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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삼행시문학상

강산들꽃 2022. 10. 1. 20:42

 

제8회 삼행시문학상 발표

2022년 9월 15일까지 전국적으로 공모한 제8회 삼행시문학상 공모마감에 대한 심사한 결과를 발표합니다.

 

<심사평>

 

제8회 삼행시문학상을 발표한다. 꿈꾸는 가을날, 이 아름다운 가을날에 수확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참여한 작가들의 글들이 온갖 풍파를 거쳐서 그런지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들판 같다. 

 

최종 대상작으로 이동주(뿌리깊은 나무) 님의 시, ‘풍뎅이 외6편’을 선한다. 첫 행의 <너는 숲속의 피리>라는 은유는 파격적이다. 마치 내가 숲속의 미녀처럼 착각하게 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어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된 착각을 갖게 한다. 이처럼 유사하지 않은 것을 비약적으로 같다고 하는 것이 은유법의 효과인 것이다. 또한 <마음 비운 자에게만 들리는 소리>라는 은유로 표현하는데 청각적 이미지가 시각적 이미지로의 변환이 이루어지는 공감각적 전이가 생겨 화자의 감정의 이입이 일어난다. 풍뎅이의 날개소리에서 마음 비운 자에게만 들리는 소리로 의인화가 대단하다.

 

시란 이런 맛이다. <네 등은 검푸른 보석>으로 풍뎅이의 검푸른 빛을 보석으로 치환하고 <나무사이를 날아다니는 빛>으로 변용을 시켜서 마치 내가 바라는 임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고도의 상징 법을 쓰고 있다. 다시 말하면 원관념이 임일 수 있으며 화자가 바라는 이들일 수 있으며 화자가 믿고 있는 하나님일 수 있다. 그래서 원관념을 숨기고 보조관념만으로 성공한 시이다. 이 시는 풍뎅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활용하여 화자가 바라는 세상을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행에서, <부자들이여, 어른들이여!>라고 부르며 때 묻은 세대에게 <별의 자유>를 알아야 삶의 기쁨과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화엄경이다. 이 외에 ‘달’과 ’형광등’ 등 수작을 접하면서 행복을 전한다. 

 

이번 제8회 삼행시문학상에 수상하신 모든 분들의 작품에서도 토실토실한 과일 같은 알곡들이 가득하였다. 하지만 고배를 마신 분들은 다음 기회를 엿보길 바래본다. 

 

- 심사위원: 양태철 문학평론가, 장계현 시인, 박근수 시인

<수상자>





대상

풍뎅이 외6편

이동주(뿌리깊은 나무)

금상

여행 외5편

까만빛

금상

옥탑방 외6편

참외배꼽

금상

돌다리 외3편

송원

금상

아득 외2편

김태호(저녁에)

은상

어떤 대화 외2편

은목서

은상

욕심 외4편

달님볼살을꼬집은소녀

은상

머리 외2편



은상

감기 외3편

박소영

은상

백발

작심

은상

사랑

인혜당

은상

엄마 외1편

세발 까마귀

동상

귓속말

최문희

동상

애정 외2편

sysj3704

동상

걱정 외1편

최성옥

동상

익사

제로

동상

마음

봄맞이꽃

동상

다시 날자

강산들꽃

​<대상 수상 소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영원을 반영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비쳐진 이미지이리라. 웃고 울며 기뻐하고 슬퍼하는 너와 나, 놀며 사랑하며 그리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연물. 환경과 계절의 순환 속에서 숨 쉬고 활동하는 모든 생명체와 존재들. 이들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알아주고 시작(詩作)을 하는 것은 여간한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각각의 존재에 이름을 지어 주고 의미를 부여하는 만큼 우리는 영원을 향하여 나아가게 되리라. 이런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게 시인의 즐거움이요, 창작의 사명이리라. 영원한 것을 이 세상에 그리움으로 남겨두는 일을.

 〈시작노트〉

 〔풍뎅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작고 미미한 존재, 그들만의 소리와 색깔로 표현하는 세상, 거기에 풍뎅이가 날아들었다. 자유와 해방의 순간이다. 답답한 문제에 골똘해 있을 때 만나는 세렌디피티, 카이로스의 순간이란 이런 경험이 아닐까. 어린왕자의 순수함과 자유로움이 꽉 막힌 이 세상을 새롭게 듣고 보는 귀와 눈을 열어주었다. 

 

〔달〕 

때를 따라 변하는 달이라지만, 실은 우리의 삶(시각과 해석)이 변하는 게 아닐까. 보름달처럼 둥글기도 하고 반쪽씩 소망과 절망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처럼. 더 이상 희망의 모습이 비치지 않는 것 같은 차가운 거울이기도 하지만, 때로 나의 뒷모습을 비치기도 하는 그래서 영원한 그리움의 거울이다. 



〔형광등〕

어딘가에 매달려 있다는 것은 위태롭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것도 빛을 내야 하는 발광체라면 얼마나 고단한 일일지. 고장이 나서 종일 깜박거리는 사무실의 형광등을 바라보며 아버지의 삶이 스쳐갔다. 나 또한 아버지로서 살아가야 한다. 비추어야 할 가정이 있고 이웃이 있고 세상이 있는 한.

 

〔창문〕

가장 가까이 있음에도 진실한 것들을 외면하고 살 때가 많았다. 햇볕비추고 비 내리거나 구름 끼고 눈 오는 흐릿한 날씨마저도 친구임을 잊고 살 때가 많았는지. 창문을 바라보며 가슴 울렁거리던 첫 사랑의 흥분 같은 것을 느껴볼 일이다. 왜곡되고 적대적인 시선을 거두고. 

 

〔회전문〕

도시의 삶은 마치 제자리걸음 하는 회전문처럼 느껴진다. 빌딩과 빌딩, 사회 권력과 자본주의, 부자와 학벌과 속도사이에 끼여 유리처럼 까발려진 삶이다. 자유롭고 싶은 게 도시인의 욕망이라면, 그 해답은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쉬어 가는 삶에 있으리라. 느리지만 자기만의 스텝을 밟으며 두려워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길. 

 

〔반 고흐, 해바라기〕

희망의 상징물로 곧잘 해바라기를 말하곤 한다. 허나 생각해보면 해바라기만큼 그을리는 삶이 또 있을까? 난 늘 반 고흐의 내면에 무엇이 담겨있을까 궁금했다. 그의 가슴 깊은 곳에 태양이 가득했고 그 빛으로 살기를 원했던 사람, 그 열정이 밖으로 드러난 해바라기가 여기에 있다.

 

〔명품(名品)은 명품(明品)〕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정리하고 자신의 매무새도 살펴보는 게 우리네 삶의 살핌이다. 

손에 든 가방, 목에 두른 아름다운 스카프나 넥타이, 걸치고 있는 비단 의류, 그 이상의 명품. 색이 바래지지 않으면서도 가슴가까이서 늘 따뜻하게 하는 그런 명품 인생이 되고 싶다. 





〈경력〉 
이동주(뿌리깊은 나무): 현대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현대시문학주최 삼행시 문학상, 디카시 문학상, 커피문학상등 다수 수상하였음. 그 외 국민일보 주최 신앙시 우수상 수상. 첫 시집으로 현대시문학 발행 「불처럼 바람처럼 함께 가는 길」이 있음. 동국대학교, 수도침례신학대학교, 영남 사이버 대학, 베다니신학대학원에서 수학. 구름과 꽃과 하늘바라보기, 가족과 이웃과 함께 아이스크림, 커피, 여행을 즐기는 남자. 일본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며 가난한 자들과 함께 살며 시를 쓰고 있음. 


다시 날자

강산들꽃

 

막막하기만 한 흙길에서 눈물조차 나지 않는 날

온종일 하늘만 바라보았다

하늘 모퉁이 새 한 마리, 다시 한 번 날아 보자고

 

동상<다시 날자>

 

시작 노트:

막막하기만 한 날,내 심경을 삼행시에 담았다.

더 설명해서 무엇하랴.

삼행시면 충분하다.

삶의 한 둥우리,삼행시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다시 한 번 날아 보자고 다시금 희망을 다져 본다.

 

 

 

 

강산들꽃

2회삼행시문학상은상.3회삼행시문학상은상,동상.

4회삼행시문학상금상.5회삼행시문학상 동상

7회삼생시문학상 금상.8회삼행시문학상 동상


 <대상작>





풍뎅이 외6편

이동주(뿌리깊은 나무)



너는 숲속의 피리, 마음 비운 자에게만 들리는 소리

네 등은 검푸른 보석, 나무사이를 날아다니는 빛

부자들이여, 어른들이여 어찌 알겠는가? 별의 자유를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네 번째 별의 상인이 풍뎅이 소리를 시끄럽다고 여기는 내용을 제목으로 빌려옴









어디 세상살이 둥글기만 하겠소 움푹 패이기도 하겠지​

모난 맘 비추면 반쪽이 되고 아예 졸아들기도 하겠지요

달은 차가운 거울, 그래도 내 뒷모습 살피는 누님 같은





형광등




밤낮을 잊은 채 한 해 한 해 버텨낸 삶 

깜박거리고 빛 흐려질 때마다 절룩거리던 속울음 

한 곳에 매달려 묵묵히 비추어야했던 아버지




창문




내 마음 바깥에 세워둔 오래된 친구

햇볕비치는 날, 비오고 눈 내리는 날, 흐릿한 날

바람 불 때마다 내 마음 깊숙이 일렁이던 처음 파도





회전문




제 꼬리 무는 고양이처럼 뱅글뱅글, 제자리인가

열리고 닫히는 유리벽 도시의 서랍, 서두르는가

허물은 갇혀라 투명하게, 사나흘 쉬었다 나가리라


*라오스어로 돌가시나무 새싹이라는 뜻의 태풍명




반 고흐, 해바라기






유독 노란색을 좋아했던 태양의 사람 ​

별을 헤아릴 줄 아는 별지기, 밤의 파수꾼 

어둠속에서도 빛을 바라보았던 당신은 해바라기




명품(名品)은 명품(明品) 




여름 지나고 가을되어도 가슴 따스해진다면

비오는 날 받쳐 든 우산처럼 늘 곁을 지키고 있다면

낡아도 변함없이 비추는 너는, 품안의 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