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8/10 [09:38] | 조회수 : 61
어머니
여자로 태어난 게 죄라며
마구 당신을 내친다
팔자 소관이라며
앓는 소리도 내지 못 한다
다 참아내야 한다
당신을 소처럼 부리고
숭늉 한 사발이 전부
식전부터 남의 집 가는 거 아니다 여자가
밥상 가운데 앉는 거 아니다
누가,누가 그리 가르쳤을까
강씨네 산 귀신인 어머니
마디마디 뼈가 삵도록 일 하고
먹는 것도 아까워 숫제 굶는 아낙
온갖 설움 속울음으로 감추고
멍울진 한 생을 매달린
죽어서도 눈 감지 못 하는 진천댁
그 호칭에 가려 본명 한 번 쓰지 못 했던
한 많은 이름
어부바
따슨 아랫목 같았지
앙가슴에 질끈 삶의 끈을 동여 매고
포대기 밑으로 나온 발이 행여 얼세라
양손으로 꼭 감싸 쥔 어머니
숨결이 그리워지는 어부바
여름 한 낮 소나기 소리에 선잠을 깼을 때
부리나케 밭에서 돌아오신 어머니
얼굴을 파묻고 응석 부리며 어부바
빨래 방망이질 호미 날 가는 소리에
출썩출썩,등줄기를 타고 다시 잠에 들었지
그 포근했던 어머니 등이 모진 가난에 굽이져
시린 바람만 두텁게 덮히고
삶의 중심마저 휜 채 온기를 잃고 말았지
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시며
먼 산을 바라보실 적마다
가슴 속에서 자식들을 차례로 어부바 하시며 어르셨을 테지
여물어 가는 가을,이젠 어머니를 업어 드릴 시간
쪼그라져 자그맣게 아이가 된 어머니를 추스려 업으며
얼음장 같은 발을 매만지는데
어머니는 아이가 되어 괜한 투정을 부리시며 어부바,하신다
▲강지혜 시인
충북진천군 출생.경
기문협제1기수료. 한국작가 시부문 등단. 머니투데이 신춘 당선등
첫시집<별을 사랑한 죄> 동시집<벌나무>. 전자 집,유튜브등 공저 다수
청암문학회. DSB한국문학방송작가회.서울디카시인협회.
http://강지혜.시인.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