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커피
방황의 끝에서
손 내밀면 따듯이 안아주고
온몸 구겨져 눈물 머금은채
지나는 사람들 외로움 호젓이 달래며
비 오고 바람 불어도
늘 그 자리 그 모습
변함없는 그리움의 향기
원두커피
강지혜
네가 품었던
빨간 사랑의 씨앗은
지난 여름날의 빈 터
불길 건너던 어제의 아픔
불면이 내려앉은 어깨 위로
하얀 밤의 시간을 뜨겁게 피워 올리고
쓰라린 상처 빻아낸 가루는
달디단 향기로
시린 가슴에 꽃으로 피어
외로움에 뒤척일 때면
손을 내미는
늘 그리운 향
한 밤의 커피
강지혜
종일 생각의 늪에서 비틀대던 나를
가만히 책상에 앉힌다
심연의 골짜기 달이 스며
잠든 문장을 한 행씩 깨운다
비어 있던 마음을 천천히 젓는다
찻잔 속에 온밤이 통째로 녹아 있다
아, 둥근 달이 달다
달빛 사르르 앙가슴에 번져 온다
시린 삶속에 거칠어진 얼굴
발그라니 꽃 피는 건
또 다른 내 모습이 비치고 있기 때문일까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시간
함께 걷는 이가 어디 이 커피만 할까
코끝에 한 밤이 향긋하다
또 한 모금 꿈을 머금는다
시작노트:
늘 커피와 함께 하다보니 자연스레 커피시를 쓰게 됐다.
커피향으로 피어나는 일상,
오늘은 향기로운 시 한 편 쓸 수 있으려나,
눈 감고 잠시 커피향에 머물러 본다.
가만히 커피 향기를 따라가 본다
찻잔속의 달
-강지혜
가로등 숨 멎은 골목
결 고운 밤 바람
친구 되어 흐르는데
보고픈 얼굴 그 속에 그려 보고
듣고픈 목소리
바람결에 들어 볼까
이 밤
또렷한 추억의 그림자 따라 가며
헤매는 발길
끝 없이 안으로
안으로 녹아 내리는
지난날의 기억
마음을 이토록 애태우는
그리움의 만삭
찻잔 속에 달이 뜬다
블랙커피
강산들꽃
마음 골짜기 달큰히 감도는 향기
드리워지는 안개
따듯한 손길로
매어둔 추억을 한 올 한 올 빗질한다
그리운 사람이 거품으로 잦아들고
오갔던 정담이 비어간다
촉촉해지는 지난날
검붉은 꽃이 고요히 피어오른다
초여름 새벽 바람에
아련한 추억 한 잔 앙가슴에 스미고
잠을 깨기도 전에
핏줄 선 아침이 먼저 와 있다
향긋한 시간을 저으며
또 하루를 피워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