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거미 ★
강지혜
발안 사거리 복권방
천장에 인조 왕거미 한 마리 매달려 있다
공중에서 가부좌로 묵언 수행중이다
맑은 풍경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릴 때마다
왕거미는 곁눈질로 발걸음을 바삐 옮긴다
왼 쪽 오른 쪽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실낱에 의지한 몸이 허공에서 흔들거린다
저 허공에 매달린 구름 같은 삶
하늘은 항시 잡힐듯 잡히지 않는 안개 바다
막막한 또 하루가 떠밀려 간다
간절하게 움켜쥔 삶이 끊어질듯 위태위태하다
문 틈새 찬바람이 들이닥쳐
거미줄마저 매몰차게 걷어가 버리고
드문드문 얼굴 꺼먼 외국인 노동자들
한 번씩 왕거미의 몸짓에 촛점을 맞추고는
그리운 안개 바다를 가슴에 담는다
눈치로 알아채는 그들의 말
북북 끓는 밥솥에서 나는 달큰한 냄새가 배나온다
먼지로 쳐진 거미줄에 아슬아슬 얹혀진 사람들
파키스탄 아저씨도 방글라데시 아저씨도
한 줄 나란한 무지개빛 꿈
망망한 안개 바다에 출사표를 던진다
귀퉁이 자판기 백 원짜리 커피를 뽑아 들고
힘겨운 시간들을 따듯한 입김으로 날린다
사뿐히 복권방을 빠져나가는 사람들
한 가닥 희망을 안고 허공속을 걸어가고 있다
발꺼풀에 날 선 바람이 또아리를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