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제2회 커피문학상

강산들꽃 2021. 5. 16. 21:28

제2회 커피문학상 공모

- 현대시문학

커피문학상은 무한한 공간입니다.

그 공간을통해 천재시인 랭보의 자유분방적 사고를 사고자 합니다.

하라르 커피를 자주 마셨던 랭보

- 양태철 (『거제, 바람이 머무는 곳 279쪽- 양태철 저』 책에서 발췌)

랭보는 하라르 커피를 마시며 인생을 마감한다. 1883년 베를렌은 랭보에게서 받은 <취한 배>를『저주받은 시인들』에 소개한다. 그때부터 랭보는 자연스럽게 시인들에게 알려졌다.‘취한 배’는 먼저 형태적으로 보면 작은 샘에서 강으로 그리고 대양까지 흘러가는 여행의 이미지를 주는 액체적인 이미지로서의 모티브이고, 두 번째 모티브는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를 열망하는 시인의 열린 세계에 대한 가상 경험이라고 볼 수 있겠다.‘취한 배’에서 나오는 소재들은 자유, 방종, 체념, 그리고 환멸 등을 통해 아직 가보지 못한 큰 세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랭보는 감히‘사람들이 보았다고 믿은 것들을 나는 보았다’라고 말한다.

견자(見者, voyant)적 시학을 랭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 교본이기도 한 ‘취한 배’를 통해서 시작활동을 했던 랭보는 차라리 현실이나 세상이라는 덫에 걸려서 헤어나지 못한다. 역시 시인은 세상의 경험보다도 무경험의 순한 자연 상태가 되어야 최상의 글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에 대해 당대의 석학들에게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베를렌은 랭보를 천재 시인으로 격찬했고, 말라르메 역시 랭보를 천재 시인으로, 허나 아라공은 랭보의 재능을 인정하질 않았는데 그것은 보들레르 등의 글 스타일을 일부 따라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폴 발레리 역시 이 시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랭보의 시세계는 지나치게 지시적이고 예측 가능하기에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랭보의 시에 대한 평가는 아직까지 분분하다고 할 수 있다.

19세의 나이에 절필한 랭보는 아프리카 등을 떠돈다. 19세에 천재시인은 이제까지 기록했던 모든 글과 시를 완전히 버리고 돈을 벌려고 아덴으로 떠난다. 당시 커피 사업이 제법 솔솔하다는 주변의 이야기 때문이리라.

커피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면 여유 있는 생활을 통해 시작활동을 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갖지만 랭보는 결국 그러지 못하고 아덴에서 죽기 전에 아덴의 여인과 만나서 동거를 하고 창문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에 나가고 싶은 가출 소년이 되기를 열망하지만 그 열망은 차라리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아니면 동심이 바로 자연이기에 그곳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에서 차라리 글의 감옥에 갇혀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당시 커피는 흥분제였고 랭보가 특히 좋아했던 하라르 커피는 현실에 적응 못한 예술가의 마지막 발악이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 이처럼 예술가는 현실과는 배치되는 일을 하며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친다. 물론 그런 사람을 쳐다보는 일반인은 이해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검정 속에서 흰색을 보셨나요.

작은 점 하나라도 있으면 더욱 커지는 흰색을

커지는 것을 위해 존재하는

검정색의 배려는 폭풍처럼 사라지고

때론 다리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하얀색의 수신호를 기다리지요.

버리고 버려도 까맣게 채워지는

욕망의 자식들을 칼로 죽이지 못하는 비애.

하얀색 봉창을 어렵게 일어서며 열어보면

빼꿈하게 보이는 하얀색 세상.

흰 색 속에서 검정색을 보셨나요.

작은 점 하나라도 있으면 더욱 커지는 검정색을.

- 양태철 시, 『Black』전문

 

랭보의 취한 배(The drunken boat/Le Bateau ivre)

원문: 랭보, 옮긴 이: 양태철

As I came floating down impassive Rivers,

I no longer felt myself guided by the haulers:

Howling Redskins had taken them as targets,

And nailed them naked to painted posts.

무정한 강물을 따라 하릴없이 떠내려가면,

사공에게 이끌리는 느낌이 없다네:

형형색색의 기둥에 발가벗겨 못 박아 놓고

인디언들은 요란하게 공격했지.

 

I cared nothing for all my crews,

Carrying Flemish wheat or English cotton.

The Rivers let me float down as I wished,

When, with my haulers, those uproars stopped.

플랑드르 산 밀이나 영국산 목화를 나르는

선원 따위는 관심 밖이지,

소란이 끝나자

사공을 따라 가고 싶은 곳으로 내려갔지.

 

In the furious lashing of the waves, last winter,

Deafer than the minds of children,

Ah, How I raced! And the drifting Peninsulas

Have never known so triumphant delight.

지난겨울, 거센 파도에,

아이들보다 더 둔한 나는

얼마나 달렸는지! 떨어져 나간 반도는

그처럼 파도의 소란을 의연하게 버틴 적이 없었지.

 

The tempest blessed my sea awakening.

Lighter than a cork, I danced on the waves,

Rolling the dead forever in the deep,

For ten nights, beyond the blinking eyes of land!

폭풍우가 축복처럼 내렸네, 의식을 바다에 눈뜨게 하고

병뚜껑보다 더 가볍게 하니 희생자들이 영원히 침잠하며

흔들리는 물결에 따라 춤을 추네,

열흘 밤, 초롱불의 희미한 눈동자도 그리워하지 않았네!

 

Sweeter than the flesh of sour apples to children,

The green water penetrated my pinewood hull

And washed me of vomit and the stained with blue wine,

Anchor and rudder went drifting away.

아이들이 쥐고 있는 사과 속살의 시큼함보다 더 달콤한

초록색 물이 푸른 포도주에 섞여 토해낸 찌꺼기가

스멀스멀 전나무 선체에 몰래 들어와

키와 닻을 훑으며 씻어주었지.

 

Since then, I bathed in the Poem of the Sea,

Star-infused and churned into milk,

Devouring green azures; where, ecstatic flotsam,

A dreaming drowned man sometimes drifts by.

그때 이후 시의 바다에 온전히 빠지면,

바다는 젖빛 나는 별들을 수장하고, 푸른 하늘을 삼켜

창백하기도 하고 황홀하게 떠다니며

생각에 잠긴 익사자가 이따금 떠내려 왔지.

 

Where, suddenly staining the blues, sudden deliriums

And slow rhythms beneath the gleams of the daylight

Stronger than alcohol, vaster than our lyrics,

Ferment the bitter reds of our desire!

그러면 그곳에서, 갑자기 푸르름으로 변하며,

태양빛의 느릿한 리듬과 빛나는 열정에 빠져,

알코올보다 더 취하고, 비파음보다 더 멀리

쓰디쓴 사랑의 붉은 반점이 술렁이며 너울너울 익어가네!

 

I have come to know the skies split apart by lightning,

The waterspouts and breakers and tides: I know the night,

Dawn rising up like a flock of doves,

And I saw, sometimes, what men believed they saw!

알고 있네, 섬광으로 찢어지는 하늘, 물기둥,

격랑 그리고 해류를, 알고 있네, 해 저물 무렵을

비둘기의 무리처럼 비약하는 새벽이 되어

또 난 보네, 인간이 본다고 믿었던 것들을!

 

I saw the low sun, mystic horrors,

Lighting up with far-reaching violet coagulations,

Like actors in ancient, forgotten plays!

With a shiver of blinds the waves fell

난 보았네, 신비로운 공포처럼 점점이 박힌 나지막한 해를,

그리고 아주 오래전 고대 배우들처럼

기다란 보랏빛 응결체를 비추는 태양을

저 아득히 출렁이는 수면을 굴리고 가는 물결처럼!

 

I’ve dreamed of the green nights of the dazzled snows,

Slow-rising kiss rising to the eyelids of the sea,

The circulation of unheard-of saps,

And the blue and yellow, stirring of phosphorescent melody!

난 꿈꾼다네, 휘황찬란하게 눈 덮인 푸른 밤,

서서히 바다 위로 용솟음쳐 오르며 애무를 해대는

놀라운 수액의 순환,

노릇하다가 파릇해지며 점차 깨어나 노래하는 인광燐光들을!

For months on end, I’ve followed the swells

Assaulting the reefs like hysterical heads of cows,

Never dreaming that the luminous feet of the Marys

Could muzzle up the heavy-breathing waves!

몇 달 동안 쭉 쫓아다녔네, 발정 난 암소처럼

넘실대며 기꺼이 암초를 덮치고 마는 거친 물결을.

성모 마리아의 빛나는 발도

숨 가쁘게 헐떡거리는 대양을 뚫고 지나갈 생각을 못한다네!

I have struck, as you know, unbelievable Floridas,

Where the wild eyes of panthers in human skins,

Mingle with the flowers! Rainbow stretched like bridles,

Beneath the seas’horizon, to shadowy fins!

알겠지만, 정말 형용할 수 없는 플로리다와 마주했네.

그곳 사람의 살갗이 표범의 눈처럼 꽃에 뒤섞이고,

말굴레처럼 팽팽한 무지개와

바다의 수평선 아래에는 청록색 양떼 어우러진 곳!

I have seen the enormous swamps, nets

Where a whole Leviathan rots in the rushes!

Downfalls of waters in the midst of the calm,

Downfalls showering into the abysses!

보았네, 덫의 밭인 엄청난 늪이 들끓어 대는 것을,

골풀 사이로 거대한 바다 괴물 모양으로 썩어가고!

잔잔한 가운데 쏟아지는 폭포처럼

심연을 향해 아득히 흘러 멀어지는 것을!

 

Glaciers, suns of silver, pearling waves, ember skies!

Hideous wrecks at the floor of brown gulfs,

Where the giant snakes, devoured by lice,

Fall from twisted trees, with dark perfumes!

빙하, 은빛가루 뿌려지는 태양, 진줏빛 파도, 이글거리는 하늘!

거무스름한 만을 깊숙이 서성이다 멈춘 끔찍한 좌초,

거기는 빈대 들끓는 거대한 뱀이

검은 악취를 풍기며 비틀린 나무처럼 쓰러져 있네!

 

I wanted to show children these sea-bream

Of the blue wave, the golden fish that sing.

A froth of flowers has cradled my drifting,

And delicate breezes tossed me on their wings.

경험한 모든 것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네,

푸른 물결 같은 농어와 금빛 물고기와 노래에 취한 물고기들,

꽃핀 파도가 출항을 다독이고

황홀한 바람은 종종 날개를 달아주었네.

 

A martyr, sometimes, wearied of poles and zones,

The sea rocked me softly in sighing air

And brought me the yellow cups of shadow flowers,

And I remained there, like a woman on her knees.

때로 극지와 변두리를 오가며 지쳐버린 순교자처럼,

바다는 흐느끼듯 온몸 구석구석을 잡고 부드럽게 흔들어대며

노란색 빨판이 달린 어둠의 꽃을 올려 보내곤 했지.

거기서 무릎 꿇은 여인처럼 있었네.

 

Almost an isle, tossing on my boat’s sides

And droppings of pale-eyed clamouring birds

I sailed on, over my frail lines

Drowned men sank backwards into sleep!

섬에 머물러 있는 듯, 뱃전이 흔들거려,

지저귀는 갈색 눈빛을 한 새의 똥을 치우며 힘겹게

떠내려갔네. 옆을 덧없이 스쳐가는 익사자들처럼

뒷걸음질 치며 잠자러 갔지!

 

Now I, a boat lost under the hair of coves

Tossed by the hurricane through birdless air,

Me, whom all the Monitors and Hansa sailing ships

Couldn’t salvage, A sarcass, drunk on water.

작고 보잘 것 없는 만의 가장자리에 머무는 길 잃은 배가 되어,

폭풍으로 인해 새도 없는 창공으로 던져진 나.

소형 장갑함도 한스 범선도

물먹은 몸뚱아리 하나 건져 올리지 못했을 존재.

Free, smoking, risen from the violet mist,

I, who pierced the skies turning red like a wall,

Hung with the exquisite jam of poets,

Lichens of sunlight, and snots of azure.

보랏빛 안개를 타고, 자유로이 떠올라

붉은 하늘에 벽을 뚫듯 구멍을 뚫었네,

유명 시인에게 바치는 맛있는 과일잼처럼,

태양의 이끼와 창공의 콧물을 달고서.

 

Who ran, stained with the lunar eletric,

A crazy plank, companied by black sea-horses

When Julys brought down with cudgel blows

Skies of ultramarine into fiery funnels;

미쳐 날뛰는 널빤지처럼, 반달 전구에 얼룩져,

검게 그을린 해마의 호송을 받으며 달아났네,

불타오르듯 깔때기 모양의 짙푸른 하늘을

7월이 몽둥이로 쳐 무너뜨릴 때,

 

I who trembled, feeling at fifty leagues’ distance

The groans of the Behemoth rutting and the dense Maelstroms

Eternal weaver of blue immobilities

I long for Europe its ancient parapets!

오십 리 밖에서, 배헤못의 암내와 소용돌이가

울부짖는 굉음에 공포감을 느끼며 떨고 있었네.

파릇한 시간의 정지를 추구하는 영원한 방직공,

옛 난간에 기대어 유럽을 그리워한다네!

I have seen archipelagos of stars! And islands

That open feverish skies for wanderers:

Are these bottomless nights your exiled nests,

Oh, millions of golden birds, O Strength of the future?

보았네, 별처럼 떠 있는 군도群島를,

열광하는 하늘이 항해자 모두에게 여는 섬을,

끝도 없는 밤에 잠들어 달아나는가?

오, 수많은 황금빛 길조吉鳥여, 미래를 열어라!

But, truly, I’ve wept too much! The Dawns

Are heartbreaking, every moon cruel, each sun bitter:

Fierce love puffs me up with drunken slowness

O let my keel burst! O let me sink in the sea!

참으로, 너무나 많은 눈물을 흘렸구나! 새벽은 비통하고

달은 온통 잔혹하게 비추고 해는 온통 씁쓸히 내밀고

쓰디쓴 사랑은 취한 취기로 몸을 가득 채우는구나.

오, 용골龍骨아 갈라져서 바다에 무사히 이르게 해 다오

 

If I desire any of the waters in Europe I want,

It’s a small pond, black, cold, remote,

A child squatting filled with sadness

Launches a boat as frail as a May butterfly.

유럽을 감싸고 있는 바다를 원한다면, 그건

차갑고 검은 웅덩이이면서 향기 가득한 황혼녘

슬픔을 이기지 못해 쪼그리고 앉은 아이

5월의 나비의 날갯짓처럼 가벼운 배 한 척 떠나보내네.

 

O waves, bathed in your languors, I can no more

Sail in the wake of the ships bearing cottons,

Nor assault the pride of pennants and flags,

Nor swim past the dreadful gaze of prison-ships.

오, 바다여, 무기력함에 몸을 담그고,

목화 짐꾼이 만든 흔적을 지우지 못하는구나,

오만한 깃발과 불길을 가로지를 수도 없고,

떠 있는 다리의 불안한 눈빛에서조차 헤엄칠 수 없구나.

 

- 아르튀르 랭보 시,‘취한 배[Le Bateau ivre]’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