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소
★강지혜
밥 한 끼에 말 나눌 친구도 있었는데
밥 만큼이나 진한 훈김이 있었는데
코로나19 질병 번짐으로 급식소가 문을 닫았다
마음의 온기마저 사라졌다
내리막길 마지막 보루인
따듯한 마음도 조금씩 식어만 가고
생활 보호사가 문 코에 놓고 간 도시락
밥덩이를 희멀건 동공에 밀어 넣으며
살아야 한다,차디찬 또 하루를 삼킨다
대신 할 수 없는 따스한 손길
한 솥밥 정감어린 눈길
추위를 말아 구부러진 잠을 청하며
냉골 같은 시간을 허연 입김으로 내뿜는다
절룩절룩,가슴치에 식판을 안고
상장을 받아 든 아이처럼 환화게 웃던 박씨는
지하도 어디 쯤 강소주에 발자국 소리만 입 안에 욱여 넣고
사람들이 던지고 가는 무심한 말을 질겅거리고 있을 것이다
종이 상자 겹겹이 깔린 질긴 어둠을 삼키고 있을 것이다
형제와 매한가지인 급식소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다 어디로 흩어져 또 하루를 잠재우고 있을까?
볕 한 줌 들지 않는 쪽방
바튼 기침 소리로 또 하루를 뉘인다
동이 트면 희망도 새로이 움터 올 것이다
곧 새날이 밝아 올 것이다!
강지혜 시인의 시 ‘급식소’평
들풀 강지혜 시인은 따뜻한 봄날에 뜨락에서 메주와 항아리를 건사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서정성 높은 언어로 빚어낸 ‘봄날’이라는 좋은 시를 선보였었다. 그때 ‘정겨운 고향 집 마당의 어느 날 아련한 풍경화’라는 호평을 받았었다. 과작(寡作)인 듯한 강 시인이 11월에 내놓은 작품들은 뜻밖으로 따뜻한 시인의 심성이 흥건히 배어나는 잘 익은 백김치처럼 맛깔나다.
작품해설: 개동 이시찬
시 ‘급식소’는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아버린 급식소를 바라보며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의 처지를 깊숙이 유추하는 작품이다. 가느다란 생명줄이었던 급식소조차 찾지 못하게 된 빈민들의 삶을 두루 헤아려보는 마음이 갸륵하다. 뿔뿔이 흩어져 각자 어렵사리 엄동설한을 견디고 있을 가난한 이들의 일상을 안타까워하면서 ‘곧 새날이 밝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그예 놓지 않는 시인의 마음이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