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의 커피
강지혜
종일 생각의 늪에서 비틀대던 나를
가만히 책상에 앉힌다
심연의 골짜기 달이 스며
잠든 문장을 한 행 한 행 깨운다
비어 있던 마음을 천천히 젓는다
찻잔 속에 온밤이 통째로 녹아 있다
아,둥근 달이 달다
달빛 사르르 앙가슴에 번져 온다
시린 삶속에 거칠어진 얼굴
발그라니 꽃 피는 건
또다른 내 모습이 비치고 있기 때문일까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시간
함께 걷는 이가 어디 이 향기만 할까
코끝에 한 밤이 향긋하다
또 한 모금 꿈을 머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