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현대시문학 제1회 커피문학상 은상 수상

강산들꽃 2020. 10. 21. 01:05

제1회 커피문학상 발표

koreanpoetry

카페매니저 

1:1 채팅

2020.10.19. 21:31조회 235

댓글 13URL 복사

제1회 커피문학상 발표

 

 

제1회 커피문학상을 발표한다.

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힘을 쓰는 현대시문학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실시간의 경연을 통해 서로의 시를 공유하면서

게시판을 통해 제1회 커피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이는 글을 통해 순수를 지향하고 글을 통해 삶의 행복을 바라보기 위해서이다.

모두 축하드리며 서로의 시를 탐닉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0. 10. 19

- 현대시문학 발행인/주간 양태철 모심

 

 

 

 

수상하신 분들 모두 축하드립니다.

제1회 커피문학상은 더욱 좋은 분들이 수상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번에는 단행본과 전자책으로 <제1회 커피문학상 당선시집>이라는 제목으로

교보문고나 인터파크, 예스이십사 등에 출시됩니다.

따라서 한 권의 귀한 책으로 만들기 위해 아래 것들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1. 개인 본명과 연락처:

홍길동(시발표는 본명을 원칙으로 합니다)

전화번호와 주소. 경력(단, 문학관련 경력. 경력이 없는 경우. 간단히 하여도 됩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등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독자의 알 권리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사진 1장: 간단한 스넵사진(얼굴부분만 일부 나오기 때문에(배경은 거의 나오지 않음.) 얼굴이 돋보이게 나오는 500kb이상의 사진이면 됩니다. 단, 1도 인쇄이기때문에 인쇄 시 흑백으로 나옵니다.)

 

3. 11월 3일까지 koreanpoetry@naver.com으로 자료를 보내주지 않으면 수상에서 제외됩니다.)

-사진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한글파일에 넣어서 한 파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보내주실 때 작품제목을 알려주세요.) 주소와 연락처와 사진 모두를 요.

 

* 수상자 모든 분께 책 한 권과 상장을 무료로 보내드립니다.(단, 우편료관계로 착불로 보낼 것입니다. 인원이 많아서 착불로 보냄을 양해바랍니다.)

 

*더불어 한정 출판이기에 혹시 몇 권 더 필요하신 분은

미리 구입 여부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서점에는 기본만 보내고 소진되면 더 이상 판매를 하지 않습니다.

단, 전자북으로는 계속 보실 수 있습니다.

금액은 12,000원(정가:만오천원)이며

우리은행 357-181585-02-001(양태철)의 계좌로 입금 후에

책을 더 구입하시려는 분(단, 11월 10일까지 알려주셔야 하며 이후에는 주문을 받지 못합니다.)

은 전화번호와 주소를 koreanpoetry@naver.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시작노트는 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단, 대상을 수상하신 분만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수상글은 본 게시판에 남게 될 것이며 <제1회 커피문학상 당선시집>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20. 10. 19

 

 

현대시문학 제1회 커피문학상 담당자

 

 

 

 

대상작 이직량 시인

 

<이직량(본명 이현진) 수상 소감>

 

글을 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럭무럭 자라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물 한 방울이 되길 바랐습니다.

하여, 씨앗을 심을 밭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 땅에 심은 씨로부터 맺을 글 열매,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시 땅이 되어, 두 발 지탱할 공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땅을 찾고 씨를 심겠습니다.

 

 

<시작 노트>

 

커피 앞에선 누구나 곡선이 됩니다. 커피를 마신다는 건 나를 기울인다는 것. 코로나 이전에도 각자가 투명한 거리를 둬왔던 우리이지만 커피 앞에선 거리가 없었습니다. 그 점을 담아서 ‘점’이라는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따끈하고 향기 나는 샘도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그 샘이 그리워집니다.

 

 

2. 글을 굽는다

 

꿈이 작가여서인지 A4용지 냄새가 참 좋습니다. 언제는 너무 냄새가 좋아 코에 한참 둔 적도 있을 정도로……. 여기에 커피. 코가 행복한 공간이었습니다.

종이 냄새가 참 좋아서 커피 옆에는 빵 아닌 종이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인생의 향기라 무엇인지 생각해봤을 때, ‘커피 옆 종이’라고 답할 수도 있을 만큼…….

이 시는 평소 제가 출품할 때의 모습 그대로를 담았습니다. 글을 쓸 때, 수정할 때, A4용지로 출력했을 때……. 그 종이 냄새가 참 좋았습니다. 좋습니다.

커피를 마실 때 빵 대신 두기 참 좋은 향기입니다.

 

 

3. 커피 날개

 

좋은 사람과 커피를 마실 때를 떠올렸습니다. 자체로 충분합니다. 특히 이 가을…….

가만히 바라봐도 마음에 글이 생성되는 커피 연기를 좋은 사람과 사이에 두면 그곳이 바로 독서의 공간이며, 가을이라 생각이 듭니다. 커피 연기는 사이에서 나풀거리며 글을 쓰고 나를 그 그대로 포용하는 존재, 그 사람은 책갈피가 되어줍니다. 두 이마 사이에는 향기로 글을 쓰는 연기가 날고 있습니다.

 

 

점 외 2편

이직량 시인

 

온도가 다른

너와 나

그 사이

샘이 있었다

각자가

파편의 섬이었던 우리

그 샘을 사이에 두고는

어깨를 가까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때론

말 한마디 없어도

충분했다

좁은 두 연못에 고인

따뜻한 샘물 때문에

그 샘에선 좋은

향기가 났다

향기만큼이나 좋은

맛이 났다

또한

끝 한 방울까지 다 마셔도

탈이 없었다

처음이었다

너와 나

각(角)을 치우고 구부려

샘에

자신을

기울인 것도

의심 없이

샘물을 마신 것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신 것도

맛과 향이 나는

따뜻한 샘도

끝을 모르고

뻗어 나가던

평행선

닿을 수 없던

너와 나

이 세상 가장 향기롭고

따뜻한 샘

하나씩

앞에 두고

곡선으로 만났다

드디어 우린

한 점이 되었다

 

 

 

 

 

 

 

글을 굽는다

 

 

 

 

 

커피 향 곁에 두기 좋아서였을까

빵 대신 다른 걸 구웠다

곁들일 것이 필요했다

종이 위 익어가는 글 냄새

참 좋아서

난 언젠가부터

글을 굽기 시작했다

커피 향기만큼

코에 좋은 냄새

냄새도 맡으며

여러 과정 끝에

하얀 네모 그릇에

정갈하게 글을

담아낼 수 있다

우선 나는

손바닥만 한

나만의 우체국에 들어가

편지지에 재료를 쏟아낸다

급한 대로 배열을 한다

우선 재료를 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므로

그리고 그걸 다 들고

옆 동네 전문가를 찾아

위치는 맞는지 배열은 맞는지

확인을 받는다

그 작업 후에

좀 더 큰 작업장으로

그것을 옮겨

제대로 배열하며

금을 흠을 틈을 찾고

깨를

신선한 깨로 바꾸고

끝은

부패를 고려해 공간을 제대로 확보해 준다

그리고

분류 작업을 하여

제 곳에 보낸다

만나실 분들의 각 필요에 맞으시게

배송 후가 진짜이다

때론 반응이나 감상평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중

몇 번은

따뜻한 감상평과 함께

따끈한 글 잘 받으셨다는 마음

기념품으로 돌아온다

게다가

가장 환상적인 한마디

또 부탁드립니다

이 한마디에

난 오늘도

글을 굽는다

글을 올린

하얀 네모

굽는 냄새

그릇 냄새

이 냄새에 산다

한마디에 산다

그래서

오늘도 난

편지지를 찾는다

편지지를 펼친다

 

 

 

 

커피 날개

 

 

 

 

커피 향기 붓으로

연기는

너와 나 사이

책을 쓴다

너는 책갈피

커피

책갈피

우리가 가을이다

이 가을

커피 책을

펼치다

이 세상

가장

향기로운

한 권

코가 읽는 책

맘도 익도록

몸과 또 마음

향기에 살찌니

빵도 잠시는

뒤로 두도록

내 이마 앞

나풀거리는

이 세상

가장

향기로운

날개

 

 

 

금상>

 

 

 

 

1. 이런 날

윤금숙(수가야)

 

 

 

비가 내린다

 

이런 날이면 당신과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러 짧은 여행을 갔다.

 

비가 오면 당신은 쉬었으니깐,

 

차유리에 매달려 있는 지렁이 같은

빗방울

와이퍼에 미끌리는

빗방울

미끌려 왔다 갔다 하는게

당신인가도 생각했다.

 

어젯밤 꿈을 꾸었다

하얀 커피꽃 물들인 옷을 입고 당신은

웃고 있다.

 

차창 밖에는 벼들이 비를 맞고

우리 논도 아닌데 아부지 왜 거기 계셔요

김서방은 걱정마라

 

우리가 찾던 카페 커피는

여전히 맛있네

 

당신은 어때?

 

 

 

 

 

2. 우리는 각자 커피를 시켰다

김주환(좌지빛)

 

우리는 각자 커피를 시켰다

 

내 앞의 커피는 죄가 많은 듯

너의 커피는 이미 결정을 내린 듯.

 

변명을 늘어 놓는 동안

나의 커피는 식어가고

그 변명을 여유 있게 듣는 동안

너의 커피는 줄어들었네

 

한 번 더 잡아본다는 것은

미지근해진 커피처럼 부질없었지만

조금 참고 한 모금 마셔 주었으면 하는 건

이쪽의 바람이었던 거지

 

커피잔에서 손을 떼지 않던 네가

혹시 망설여서가 아닐까 싶었지만

잔을 내려놓을 때 나던 소리처럼

여지 없이 일어났던 것이다

 

미안했다 고마웠다 진부한 인사는

사실 너의 커피 한 모금에 녹아든 지 오래고

너는 빨리도 마셔버렸고

덩그라니 남은 나의 커피는

갈피를 못 잡고 정적이 흘렀다

 

네 발걸음이 자동문을 나선 뒤

한동안 창 밖의 어느 나무를 바라보는 사이

 

나의 커피향으로 카페가 가득 채워지고

나의 이야기가 카페에 머물고

나의 사랑도 스물셋에서 멈췄고...

 

 

 

3.흑연커피 외 1편

​-차병호

커피도 쓰고

인생도 쓴데

시인들은 묵묵히 시를 써왔다.

움켜쥔 주먹 속에

로스팅 되어가는 연필 자루와

고뇌에 부딪치며

그라인딩 되어가는 흑연 가루들

바람이 불어도 날아가지 않을

그 묵직한 입자들을 곱게 모아

인내의 땀과 눈물로 적셔

심연의 색으로 짙게 녹여내면

비로소,

한잔의 시가 추출된다.

쓴 게 몸에 좋다고 했던가?

커피도 좋고

인생도 좋고

그 시인들의 시도 나는 좋으니

어서 내 눈에 한가득 부어다오,

잠시 숨을 멈추고

이내 동공을 태양처럼 열어

마지막 한글자까지 삼켜낼테니.

 

 

새벽커피

​-차병호

 

잠이 안올까봐

안마셨던 커피인데

커피가 생각나서

홀로 뒤척이는 새벽.

 

그대가 떠나며 생겨난

마음속 움푹 패인 공간에

체온 같은 커피를 부으며

애써 눈을 감아본다.

 

커피는 쓰더라도

커피향은 쓰지 않은데

이별이 쓰디쓸 땐

추억은 왜 그리 써져가는지.

컵 속의 커피가 비워지듯

아침이 다시 밝아왔지만

창문에 참아왔던 이슬들은

그대로 아래로 흘러내리네..

 

 

 

 

4. 달밤에 그을린 커피 한잔

-이진광

 

 

 

달밤에 그을린 커피 한잔

마치 마른 입술에

누군가 촉촉한 입술로 적셔주는 느낌이랄까?

달밤에 그을린 커피 한잔

메마른 사회 속에 병든 마음을

잠시나마 위로하고 치유하는 느낌이랄까?

달밤에 그을린 커피 한잔

고독함 속에 허우적 거릴 때에

친한 친구처럼 속삭이는 느낌이랄까?

달밤에 그을린 커피 한잔

너한테 커피는 무슨 느낌일까?

 

 

5. 커피가 왔다 외1편

최경순

 

 

 

커피향이 가득한 찻집

원두 가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린다

난로가 장작불을 피우며 타닥타닥 박자를 맞춘다

나에게도 저 불꽃같은 열정으로

무언가를 담아보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뜨거운 시절이 있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내 인생에 담아놓고 있는가

유리창 너머 자유로이 왔다가는 바람에게 나를 맡기고 싶다

물 흐르듯 바람 흐르듯 더불어 흐르고 싶다

또렷하고 분명하게 각인된 시간들을 돌려보면

언제나 먼저 흔들린 것은 나였으니,

못된 바람이 나를 흔든 것은 아니었다

흔들렸지만 부러지지 않았으니 오늘을 조우하는 것이겠지

이래도 저래도 다 지나가는 일이라고

누군가가 일러주는 말도 위안이 되는 찻집에서

바람쯤이야 견딜 만했다고 나에게 말한다

창밖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보며

짤막한 상념들을 이어가는데 커피가 왔다

한 모금 들이키니 정말 쓰다

인생의 쓴맛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비 오는 날 찻집에서

최경순

 

 

커피를 주문하고

의자 깊숙이 몸을 밀어 넣는다

통유리에 매달린 빗방울들이

여름을 툭툭 떨구고 있는 저물녘

키 작은 꽃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탁자 위 촛불도 여유롭게 졸고 있다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지나간 가을이 되돌아오고 있다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그 길을

쓸쓸한 마음이 걸어가고 있다

바람은 매일 부는 것이 아니라며

흔들면 그냥 흔들려주라 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어디서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피식, 쓴웃음이 새어 나오며

비스킷 부서지는 소리를 낸다

때론 카페라테 달콤함으로

때론 녹아내린 초콜릿 얼룩처럼

지나가 버린 그 가을이 창가에 어룽지고 있다

 

 

 

 

 

 

 

 

 

6. 쓴맛 단맛 다 보았다

류중석

 

하필 나라가 기울 때 검은 쓴맛

처음 보았던 고종황제의 낯선 황홀

삼십육년 동안 맛 본 것도 검고 쓴맛이었다

지지리 가난했던 시절

일자리 없어 침침한 다방에서

온종일 마시던 검은 붕어족들

시대의 대졸자들

4.19 때 모두 토하고 토한 시대의 쓴맛이었다

쓴 것이 약이 되었음을

쓴 것이 그런 힘이 되었음을

달콤한 팝송도 쓴 커피잔에 마시던

즐비한 어둠의 음악다방에서

달콤한 약속도 익어 쓴 사랑에 취하고

꽃다방 달콤한 선보던 때도

쓴맛 먼저 보았다

반숙 계란 풀어 숙취를 풀던

아침 서비스 다방

싸구려 라면 먹고

비싼 커피 마시고 이쑤시개 문

시대의 지성들도

단맛 쓴맛 다 보았다

다방이 시절을 잃고

커피숖이니 카페니 하더니

아메리카노,에스프레소,라떼,카푸치노

커피맛인지 이름맛인지

낯선 말들이 혀까지 검어지네

쓰디 쓴 약이라도 되었으면

이 시대의 약이라도 되었으면

 

 

 

7. 병실에서 외 1편

​- canna2k

 

 

커피 한 잔 나누고 싶은 밤입니다.

가슴이 따듯한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병실 불이 하나둘 꺼집니다,

무슨 맘으로 매달은 풍경일까요?

열린 창문으로 바람에 업혀 온

풍경소리에 간절한 소원 실렸습니다,

아내의 병 빨리 낫게 해달라는

병원비 걱정 덜었으면 좋겠다는,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인생의 과속방지턱에 걸려있는

나를 위로하듯 비가 내립니다.

앞에 놓여있는 과속방지턱은

어제의 삶을 성찰하라는

관조라는 이름의 여백이랍니다.

나처럼 잠시 쉬는 사람과 함께

따스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어쭙잖은 시 한 편 읊고 싶습니다

“허공에 매달린 풍경,

바람 한 점 없건만

솔향 아래서 반야(般若)를 노래하네,

뎅그렁 뎅그렁 뎅그렁...

커피 한 잔으로 허기진 마음을 달래네”

투박한 커피 잔 속에

가슴속 소망하나 담겨 있습니다.

 

 

 

첫눈 오는 날

-canna2k

 

 

성인식을 치른 그 해 겨울

축하라도 하듯 팝콘같은 첫눈이 내렸다

팝콘튀기는 소리가 전화벨을 타고 흘렀다

첫눈이 온다고

어서 튀어 나오라고 전화벨이 재촉했다

눈을 흠뻑 맞으며 올라간 보문산 전망대

눈 내리는 도심을 보러 온 많은 연인들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산을 내려왔다

몸이 얼어 추위가 몰려와

언 몸을 녹이려 분주히 커피숍을 찾는데

단 한 곳 불 켜진 지하 다방 " 민들레 다방"

우루루 그 곳으로 들어가니

온 몸이 젖은 단발머리 우릴 보고 웃으며

따뜻한 물 수건을 가져다 주던 다방 언니

"춥죠?"

라고 물으며 가져다 준 커피의 맛

아직도 그 커피맛을 잊지 못하는 것은

다방 언니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없어진 "민들레 다방"

우린 만나면 지금도 다방커피를 마신다

그 때 그 언니의 따스한 마음을 마신다.

커피 셋, 밀크 셋, 설탕 셋, 다방 커피,

 

 

 

 

 

 

8. 커피에게

가을노을

 

 

 

빛 하나 없는 어둠보다 더 검은 당신

그러나 모든 것을 투영하는 맑은 빛깔

당신의 순수한 마음을 닮은 빛깔

 

코와 입 안 가득 퍼지는 향기는

당신이 어떤 곳에서 왔는지

어떻게 순결하게 지냈는지 알려 줍니다

 

부지런하고 건강하게 살아온 당신

게으른 아침의 나를 일깨워 줍니다.

 

먹먹해지고 일렁일 때

당신은 토닥토닥

친구가 되어 줍니다.

 

포근히 감싸는 외투가 되어 주기도 하고

씁쓸한 일상에 달콤한 오아시스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호흡하며

오랜 기다림을 기꺼이 즐기는

당신의 귀한 마음을 닮고 싶습니다.

 

 

 

 

 

 

 

9. [커피.1] 외 1편

​-풀꽃

 

취업 준비생인 커피는

봄거울 앞에서 스커트 입어 보며

화끈거리는 바람을 손톱 밑에 숨기지만

여름의 목울대에 걸려 펄펄 끓는다

시끌벅적한 청춘을 필터링해

여무는 한 뼘의 둥근 꿈이

여러 겹의 소리 껴입고

갈빛으로 향해 가는데

주먹을 꽉 쥔 태풍의 눈빛에

발목 삐긋한 풍경들이

휘어질 듯하다

마음의 육질은 연해

무심히 던진 한마디에도 쉽게 짓물러

터질 듯 번지는 아픔

생각날 듯

복사꽃 피었던 멀고먼 자리

그 간절함 안쪽,

커피의 복사뼈가 단단하다

멍이 들수록

쏠리듯 찾아야 할 의미는 계속되고

땡볕에 꾹꾹 다진 다짐들이

다닥다닥 붙어 단맛 고아내면

몸살 앓는 어둠은 커피향으로 익어 간다

막무가내로 부푼

찻잔 속 젖가슴

발그레한 망설임의 둘레를 벗기면

물오른 달콤 향긋함이

수줍게 쏟아져 내린다.

[커피.2]

 

 

손톱 끝에 들어앉힌 아픔은

가슴에 짙게 깔리는

외로움

골 깊은 서러움 타고

꽃물 든 향기에 선선히 발목 적시며

궁핍한 어둠에도 커피잔 들고

살며시 베란다로 나간다

찬바람에 잘리어 튕겨 나간

꿈을 캐어 찻잔 가득 담는다

그 옛날 첫사랑 저 깊은 곳

한겨울에도 환한 그리움

추억의 아궁이 가득 지피며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10. 검은 원두

–강유시인

 

 

검은 원두는 펜촉의 잉크와 같아서

짜면 짤수록 더욱 진한 맛이 난다.

 

검은 원두는 시인의 펜촉과 같아서

표현력이 풍부할수록 진한 향이 난다.

 

거기 누구 아무라도 좋으니

내게 검은 원두를 주시오.

 

원두의 깊은 맛이

결국엔 한편의 작품이거늘

 

원두에서 아메리카노가 되는

모순 속, 형상이 내비쳤다.

 

아무라도 좋으니

누구라도 좋으니

내 펜촉의 검은 원두를 넣어주시오.

 

시인의 원두는 검다 못해 그을렸다.

한편의 커피를 완성하기 위해서

시인은 쓰디쓴 오늘을 마신다.

 

11. 양촌리로 간다

-까만빛0711

 

음악이 흐르고

조명을 받은 사람들

쉬크한 탁자위

아메리카노

비는 내리고

우산을 접고 들어서는 카페

반가운 인사 가벼운 목례

나의 주문은

양촌리

노란 비닐 봉지

절묘한 배합

난 오늘도

저 어디쯤 있는

양촌리를 향한다.

 

노트

믹스커피를 양촌리라 부릅니다.

 

금3. 잔향

떡을내뿜게

 

너를 보낸 뒤 남은 커피

마지막 한 모금을 내려놓았다

차마 너를 머금은 향기까지 보낼 수 없었기에

 

 

 

12. 내 사람아 외1편

최문희 ccc9716

 

마음이 그런 날

커피향이 꽃처럼 그윽이 깔리면

내 사람 불러 그 꽃잎 주워 손에 쥐여 잡아주고

 

기분이 그런 날

커피향이 꽃처럼 피어 날리면

그 꽃잎 잡아 내 사람 얼굴에 그려주어야지

 

나보다 커피를 더 좋아하는

내 사람아

 

 

 

 

 

첫 만남

 

 

둥근 커피잔에

담아야 할 게 너무 많아

 

그대 눈동자를 담다가

그대 미소를 담다가

일어서야 할 시간

 

어떡하지

내 마음을 담아 주지 못했는데...

 

 

13. 인생 커피

Skye

 

몸속에 검은 물이 흘러들기 시작했다

세포 하나하나 일깨우더니 이내 뱃속 깊이 묻어둔 감정들과 함께 뒤섞여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간다

그대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무심코 내가 쏟아냈던 정리되지 않은 무수한 말들,

그의 섣부른 오해에 마음이 내내 서걱거렸던 오후,

그녀의 날카로운 혀끝에 심장을 베이고 돌아섰던 순간,

한 스푼의 슬픔과 두 스푼의 후회를 넣고 다시금 인생 커피를 한 모금 들이마신다

 

 

 

 

 

 

 

 

14. < 커피 한 잔 해요 >

무지개라떼

 

이 한 마디가

왜 그리 어려운 건지

입이 마르고 목이 타

초침 소리에 놀란 가슴

부여잡던 식은땀은

그대 눈동자에

들어갔다 나왔다

이미 골라둔 잔을

들었다 놨다 한다.

15. 당신의 행복 속에 머물고 싶었을 뿐이었으니 외1편

-유인상

 

전쟁과 증오와 갈등이 공존하는 저 아프리카에서부터

당신을 그리워한 나는

발갛게 비탈진 산을 수놓다가

헐벗은 아낙네의 거친 손에 잡혀

허름한 넝마 속에 동댕이쳐진 수모를 견뎌내며

자존심 같은 마지막 속 한 겹마저 스스로 벗어버리고

아픔과 혐오와 불안의 흔적조차 당신이 느낄 수 없도록

태양빛에 말려 날리고 바람에 떠나보내고

마침내 당신이 계신 곳으로 폭풍과 파도를 견디며

그 머나먼 길을 자초하였습니다.

인연이란 게 이런 건지

내가 당신을 바로 알아챘듯이 대뜸 날 알아본 당신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다가서서는

나의 향기에 취해 나를 품에 꼭 안고

행복한 얼굴로 당신의 집으로 나를 이끌었기에

나는 나의 운명이 불행해진다 하여도

당신께 나의 운명을 맡길 결심을 하였습니다.

 

 

 

달구어진 숯 화로에서

온몸을 그을리고 이리저리 굴려지고

마침내 온몸이 바스러졌지마는

당신이 조심스럽게 뜨겁게 나를 씻길 때

나는 마지막 속 깊은 그리움의 한 방울까지 우려

당신이 아끼는 하얀 찻잔에 고이 내려앉았습니다.

 

 

 

이런 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나의 색깔과 나의 맛과 나의 향기를 나무라지 마세요.

당신을 찾아가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나는 하루 온종일 당신의 행복 속에 머물고 싶었을 뿐이었으니.

 

 

 

 

 

 

 

 

 

 

 

 

 

 

 

 

커피 한 잔 하실래요

 

하늘이 파랗다.

뭉게구름이 바람을 타고 천천히 움직인다.

산들은 여전히 푸르고

들녘은 조금씩 가을색이 스민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수만리 먼 이국 땅에 사는 것도 아닌데

저 평화로운 풍경을

손잡고 보아주던 친구와

주름이 조금 더 깊어졌을 어머니와

서울로 유학 간 두 딸조차

수화기 너머로만 전하는 서글픈 시절이여.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는 퇴근 무렵도 좋고요.

가을볕 좋은 하오라도 좋지요.

아니, 별이 총총 뜬 새벽이라도 상관없어요.

벗이여, 연인이여, 어머니시여.

지난가을 그때처럼 말할 수 있다면.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은상>>>>

 

은1. 커피라는 시

-청비77

 

 

커피나무 숲이 울창한 해발 750m의 베트남 질라이.

수많은 아이들이 동전 몇 푼을 위해 8m 높이의

커피나무를 오른다.

'똑똑' 슬픔을 따듯 원두를 딴다.

글을 배우고 친구들과 뒤엉겨 놀아야 할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커피는 고달픈 삶이다.

그 곳에선 원두가 고작 1kg에 700원이라는데.

손톱 밑이 까만 원주민은 미소를 짖는다.

그 미소가 참 웃프다.

습관처럼 마시는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에

오늘은 가슴이 베인다.

한 편의 시처럼 가슴에 무겁게 내려 앉는다.

 

 

 

은2. 커피처럼 외 1편

--김달희-달꽃향기

 

검은 진주의 찬란한 반란이 시작된다

 

먼 나라의 건강한 풍미가

은은함을 뛰어넘고

고소함을 빚어내는

조화로운 음률을 깔고

후각을 자극하며 다가오는

검은콩의 도발

 

매력적 향취의 아침이 웃는다

 

한모금 커피에

하루의 문이 열리고

균열된 심장 어딘기쯤의 상처

잔잔한 커피향에

다북다북 살이 차 오른다

 

때로는 달콤하게

더러는 거칠게

혀끝을 감아돌아

깊은 가슴 속 동굴에 앉아

후렴구의 무늬를 만들며 사라지는 잔향

 

사라지는 것은 더러 아름답다

꽁무늬를 보이는 그대이름 조차 아름다울까만

 

커피향이 울리는 아침

그대가슴 첫 문에

노크소리로 울리고 싶다

젖은 기억으로 스며들고 싶다

 

 

너와 나

 

너를 즐기는 나

너를 엿보는 봄꽃들

모두 무죄

 

네 향기 하울링으로

내 몸을 노크할 때

 

내 안에 패이는

작은 웅덩이에

너를 심는다

 

 

 

 

은3. 커피향이 익어갈 무렵

- 김성수 kimss3176

 

커피 향이 익어가는 공방에

문 틈새로 커피향이

가슴으로 스며들 때쯤

보고 싶다던

침묵의 쪽방에 홀로 남은

피우지 못한 당신의 향기

하얀 옷깃엔 구절초 향 뚝 뚝 떨어지고

손에 든 찻잔에는

잡새들의 따끈따끈한 신음소리-

천년을 지켜온 땅 소나무 사이사이

돌아가는 오솔길

커피향이 아침나절을 익어갈 때

서리꽃이 필 무렵

아침은 눈썹 끝에서 미소로 열렸다

식지 않을 미소로

당신 곁에 잠들고 있었어...

 

 

 

은4. 커피 한잔에 외1편

-

키다리 아저씨

 

잔뜩 찌푸린 천장이 내리누르는 해질녘

오고 가던 바람도 잠든 거실에서

역마살이 소파를 빙 둘러 숨 고르고 있을 때

스치는 생각이 머무는 곳

내려앉은 눈꺼풀에 수없는 별들이 뭘 말하는 지

꺼내고 싶고, 보고 싶은데.

덧댄 창호지에 바늘구멍 하나 없다.

칙칙폭폭 퇴물기차의 헛바람 소리

요술램프에서 실바람에 실려왔나.

침침한 거실에 한가닥 향기가 찾아왔습니다.

어느덧 거실에 들어선 밤은 커피향에 젖어들고

후각과 미각이 어우러져 머리로 오르니

멋있고 아름다운 생각들이 솜사탕처럼 부푼다.

커피 한잔에.

 

 

 

세벗

키다리아저씨

 

 

막힌 폐부를

뿌연 안개로 뚫어내던 시절

도너츠 고리 속에 얽힌

젊은 날의 낭만도

시커먼 보자기에 싸여

무대 뒤로 사라지고

한잔 술에 시름을 덜고

고달퍼 맺혔던 말들이

봇물처럼 터지던 그 기운

다음 날 허무했던 기억들도

몸을 달래느라

멀리 보냈다.

자판기에서 뽑은 갈색 커피

달콤 구수한 숭늉을 둘러싸고

오고가던 정담들이 맴돌던

시절이 그립고

어느덧,

쓴 맛에 취하는 생각들이

검정에 섞여

유연한 자태를 드러냈다.

가지가지 생각들을

아우른 거무스레한 검정이여

오로지 하나 된 내 벗, 커피

부디 지나치지 않게

내 곁에, 오래오래

 

은5. 커피 한 스푼에 그리움을 묻고

​-백암현상엽

 

커피 하나 프림 둘 설탕 둘

믹스 커피가 없던 시절

사무실에서 병마다 담긴

커피 프림 설탕을

마시는 사람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주문에 컵에 담는다.

커피 한 스푼에 옛 추억을

프림 두 스푼에 오랜 기억을

설탕 두 스푼에 그리움을 묻는다.

그 오랜 세월이 지나

다방보다 커피숍이 생겨나고

커피 하나 프림 둘 설탕 둘이 아닌

아아요, 라떼요.

커피콩을 볶아 만든 원두를 갈아

뜨거운 물에 내린 새까만 에스프레소를

물에 타서 시럽을 부어 먹는다.

이제는 커피 한 스푼에 그리움을 묻고

 

 

 

은6. 커피는 어떤 존재

​-예슬아빠

한번도 만나지 못했을 때

오후에 불현듯 생각난다

오늘 못봤구나 매일 보아왔는데

다시금 찾는다 그리고 사랑한다

 

 

은7. 찻잔속의 달

-강산들꽃

 

 

가로등 숨 멎은 골목

결 고운 밤 바람

친구 되어 흐르는데

보고픈 얼굴 그 속에 그려 보고

듣고픈 목소리

바람결에 들어 볼까

이 밤

또렷한 추억의 그림자 따라 가며

헤매는 발길

끝 없이 안으로,

안으로 녹아 내리는

지난날의 기억

마음을 이토록 애태우는

그리움의 만삭

찻잔 속에 달이 뜬다

 

 

 

 

 

은8. 커피 원두를 볶으며

edge jeon

 

뜨겁게 달궈진 펜 위에

한 줌의 커피 원두

톡톡톡 튀어 오르는

재롱둥이의 몸짓들

스멀스멀 올라오는

잿빛 구름 향 내음

구수하게 퍼지는

농익은 원두 향

로스팅 사랑에 빠진

연인의 향기

사랑하는 그녀에게

전해 준 사랑 향기

기억해 줘요

그 향 그 체취를

 

 

 

 

 

 

 

 

 

 

 

 

은9. 고백

​-여기

 

 

난,

텅 빈 커피 잔에

뜨거운 가슴을 채우고

그 속으로

뛰어드는 원두처럼

당신이라는 잔 속에

진한 향으로 남고 싶다.

 

 

 

 

 

 

 

 

 

은10. 지친 하루의 끝

-김류하

 

 

자정이 가까운 이 시간의 어둑어둑한 밤하늘. 나는 뜨거운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그댈 기다리죠.

지친 하루의 끝에서 나는 언제나처럼 시를 쓰며 그대를 기다리죠. 늦은 밤이 되어서 퇴근을 하는

그대에게 이 커피처럼 따스한 위로 한 마디라도 건네고 싶어서 나는 이 시간 되도록 잠들지 않죠.

지친 하루의 끝. 따스한 커피. 오늘도 지치고 힘겨웠을 당신을 기다리며 나는 시를 쓰며 기다려요.

사랑하는 우리 연인, 함께 산지도 어느덧 몇 년. 미안해요. 더 많은 돈을 가져다 주지 못해 미안한

내게 그저 괜찮다고, 자기가 함께 열심히 돈을 벌면 된다고 말한 고마운 당신. 난 여기서 기다려요.

지극히 평범한 무명 글쟁이의 삶. 나는 내 삶을 사랑한 만큼 그대를 사랑하기에 그만큼 미안하네요.

내가 나를 사랑한 만큼 글쟁이라는 꿈을 사랑하지만 그대를 사랑하기에 이 길 포기하려 했던 내게

그대는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했죠. 그래서 더 많이 고맙고 미안해요. 나 때문에 그대 고생하네요.

가진 게 많지 않은 무명 글쟁이의 삶.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사랑해주는 당신을 사랑하기에

내가 당신 곁에 머무는 언제나 잠들지 않을래요. 그저 이렇게 지친 하루의 끝에서 그대를 기다릴 뿐.

나는 오늘도 글을 쓰며 하루를 보내고 그대는 바깥에서 고생만 하는데 더 많이 주지 못해 아쉬울 뿐.

지금은 비록 보잘 것 없는 글쟁이지만 언젠가는 그대에게 더 좋은 글과 더 많은 돈을 벌어다 줄게요.

아직까지는 무명 글쟁이인 나. 미래를 꿈꾸며 글을 쓰는 글쟁이. 그런 나를 사랑한다 말하는 그대 곁.

나는 결코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대에게 갚아야 할 고마움과 미안함이 이렇게나 많이 쌓여있으니까.

비록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당신에게 행복한 미래를 선사할게요.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그날 오면

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 줄게요. 지친 하루의 끝. 고생한 당신을 기다리며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죠.

 

 

 

은11. 블랙커피

- ironman188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카페

따끈한 커피 한 잔

쌉싸래한 향을 즐긴다

그 속에서 커피 열매를 따는 흑인 노인을 보았다

땡볕의 고된 하루가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오늘 알았다

그 안에 스민 아픔이

우리 머리를 맑게 해 준다는 것을

그것이 검은 눈물이라는 것을

 

 

 

 

은12. 오래전 그 날

-은서

 

 

따뜻했던 밤

너와 함께했던 그 작고 아담한 까페에는

너와 나

우리 둘뿐이었지..

늘 그랬듯이

아무 생각 없이 늘 시키던 커피를 주문하고

별로 할 말도 없이

같이 있는 걸로 좋았던

그렇게 너와 함께였던 그때에

넌 몰랐었지..

나의 온 생각과 관심은 나를 떠나

너에게 가 있었다는 걸

이제 너는 없고

그 작은 까페도 없고

나와

이 커피만 남아

그 그립고 아픈 향이 나를 덮어 내안에 들면

잊고싶은 너를 지울 수 없어

내 몸의 모든 감각은

아픔이 된다.

 

 

 

은13. 할머니 코피 외1편

​-참외배꼽

 

 

노란 은행알이 발에 밣히고

플라타너스 잎 몇개 안 남은 가로수 옆

호수돈여고 날맹이 버스정류장

시커먼 먹물 같은 연기 뿜어낸 29번 버스

숨이 멎듯 골골 대며 고개를 힘겹게

올라와 가만히 멈추었다.

경로당에서 술 마시다가 넘어져서

팔목이 돌아가 틀어진 우리

석월림 할머니는

꺼먹 봉다리를 세 개 들고 내리셨다.

역전 중앙 도매시장에 다녀온

할머니의 봉다리에 든 것은

커피와 프리마가 각 한통,

설탕 한 봉다리가 다였다.

옹기집옆 전화교환수의 시아버지인

쌍둥이 할아버지 아이스께끼 두 개를 들고

녹슨 대문을 삐걱 열고 들어오신다.

임자 계신가

막 담뱃불을 붙인 할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내 맛있는 코피 한잔 대접할께

하고 반기셨다.

할머니는 담배를 비벼 끄고

라디오 옆 쟁반에 업어 놓았던

오래된 엽차 잔 두 개를 세웠다.

작은 슷가락으로 커피 한 스푼

프리마 두 스푼을

정성껏 덜고 설탕 두 스푼을 탁 털어넣었다.

뜨거운 주전자의 물을

2/3 정도 조심스레 붓고

휘이 젓은 코피잔을 쌍둥이 할배에게 건냈다.

아 여윽시 이맛이제

역시 코피는 우리 용택이 할머니가 최고여

날 추워지면 이게 제맛이지요

달다 달어 좋아부러

우리 할머니 석월림

남편이 죽었다고 하자 홀로

리어카로 당신의 남편을 끌고 왔다.

여자 아이 둘과 우리 아버지가 있었고

뱃속에 막내 사내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었다.

공군부대 타자수이던 큰 딸의 연애를

반대하자 혼자 자살을 했는데

큰 딸의 주검도 엄마였던 우리

할머니가 처리 하셨다.

미군부대의 짬밥을 얻어다 키운 삼남매

그 신산했던 삶의 기나긴 여정의

후반기를 함께해준 담배와 막걸리

그리고 달달한 코피.

집에 갈래 집에 보내줘라며

치매로 고생하시던 할머니를 진정시켰던

것도 역시나 달달한 코피의 맛이었다

3.1운동이 일어나던 해에 태어나신

할머니는 2001년에 졸업을 하셨다.

 

쩔룩이 믹스커피 2봉

-참외배꼽

 

 

좋은 날은 지금

가슴 아픈 때인 것 같습니다.

무작정 좋아하다가 헤어지고

하염없이 그리워 하다가 슬퍼지고

또 아픈 가슴으로 스스로의

상처를 보듬어 안고 좀 비틀거리지만

또 달려가고 걸으며

내 방식대로 살면서

이젠 추억이 된 그대를

생각하며 하얀 미소짓고....

상처를 받아서,

아니 내가 상처를 주었다면

상처를 줄수 있어서

사랑했음으로,

아니 내가 사랑을 받았다면

사랑받을 수 있었기에

지금이

좋은 날인 것 같습니다.

많이 가슴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땀흘릴 수 있어서

쩔룩거리며 좀 천천히 걷고

주위를 바라볼 수 있어서.

지금이

좋은 날인 것 같습니다.

어느새

주전자의 물이 끓고 있습니다.

펄펄펄 그리고 덜덜덜

손잡이가 없는 낡은 주전자가

떨고 아니 울고 아니

웃고 있는것 같습니다.

나는 믹스커피

2봉을 아직 씯지 않은

그래서 커피 물이 안쪽에 든

하얀 머그컵에 탈탈 털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물을

채워넣고 숫가락으로 후후불며

휘이 젖습니다.

그리고 어두워진 지하

단칸방에서 홀짝입니다.

나는 지금 발을

조금 쩔룩거리고있습니다.

그리고 내 위속에

적당히 달디단

믹스커피 2봉이

가만히 채워지고있습니다.

 

 

 

 

 

 

 

 

은14. 밤, 11시 1분전

-House person

 

 

킷사텐이라는 제목의 ASMR 영상

오늘 밤의 선택에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있다

애매하게 들어선 가을밤

나의 지난 여름이 잔 표면에 맺혔다

저녁에 마시는 커피에 대한 자책이

한 밤중 잠들지 못하는 이유다.

 

열심히 적었다가 터무니가 없어 지우려는데

딸깍거리는 수정테이프에 지우지 못한 밤

쓰자니 쓰는 건데 결국엔 그저 쓴 커피다

 

이야기 속 인물은 커피를 마시며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고 하는데

내 컵에 담은 것은 그보다는 차가운 것이었나 보아

삼키며 떠오르는 이가 없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하얀 종이를 마주하고 있는

내 얼굴은 어떠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다 마시고 난 뒤에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뒷모습으로 앉아있다

볼 품 없이 꺼진 밤에

잔속에는 모서리가 둥글어진 얼음 조각이 가득하다.

 

 

 

 

 

 

은15. 영화와 커피 외1편

-허진혁

 

 

커피 한 잔 내려놓고

영화 한 편 보았지요

커피 한 모금에 하나의 씬

영화의 향을 음미하듯

필름은 눈물 젖어 촉촉한데

내 눈물도 같이 흘러

커피에서 짠 맛이 났다지요

다보고 나서도 그 여운

커피의 뒷맛과도 같었지요

그 영화, 커피향이 나던걸요

 

 

쓰다

-허진혁

 

 

그녀가 마시는 걸 보았을 때

나는 맛있냐고 물었다

쓰지만 달다고 하였다

그녀와 다니다 보니

나도 마시게 되었다

쓰지만 달았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도

혼자서도 마시곤 한다

쓰기만 하다

 

 

 

 

 

 

 

 

 

 

은16. 커피

-나

 

너라는 녀석

자꾸자꾸 만나도

안 익숙해져

이제는 니가좋아

잠을 못자도

너의 향기를 느껴

어른 뙌나봐

 

 

 

 

은17. 오늘부터 1일하자

-아미산

 

 

 

그대.

투박한 첫 만남

설레지 않은 모습

다시 만난 너

단정한 입매

가을 타는 내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페이지 마다 숨겨진 비밀

하나씩 꺼내어

적갈색 눈물 내리며

기다릴 줄 아는 그대

때론 달달한 언어로

씁쓸한 하루 향기 덧입혀

써 내려 간다

몸이 보내는 시그널에

망설임 없이 반응하고

함께 발 맞춰 준다

오래 같이 걷자.

 

 

 

 

은18.커피의 기억 외1편

김두기

심장을 갈아 겨워 낸

짙은 마음의 글씨

블랙으로 녹아내렸다

각인된 너의 필체는

하얀 마음의 편지지에서

푸드덕 날아올라

나에게로 다가왔다

너의 그 따스한 온기에 뚝 떨어진

진심은 늘 같은 마음이라고

알아 달라 강요하지 않았지

너의 글씨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몇 번이나 지니기야

너의 말속에 있는 너의 색깔에

내가 물들 수 있을까

하나가 아닌 하나가 되고 싶은

한잔의 순간 끝에서 널 찾을 수 있을지

빈 잔을 뒤로한 체

돌아서야 하는 지금

너의 그윽했던 사랑이

손끝에서 발길에서

너의 이름을 불러보면서

커피의 계절에 널 품는다

 

 

한잔의 커피를 마시다

 

사르르 풀려 있는 너의 머릿결이 부드럽다

하늘거리는 너의 뽀얀 몸짓 네가 쓴 글씨가

허공을 둥둥 떠나가면서

블랙으로 사랑하려 했던 순간들이

너무나도 짧아져 아쉽다

사랑했던 순간과 사랑하려고 했던 순간들이

커피잔 속에 담겨 찰랑거리고 있는데

동그랗게 그려진 너의 얼굴은

줄어 들 줄 모르네

 

 

 

 

 

 

 

 

 

 

 

은19. 연인

-임순이

 

닭울음이 새벽 끌어 당기자

가슴속으로 달콤함이

스며든다

시리게 푸르른 날부터

몸에 익은 일상

벗어날 수 없는 습관이 되어

하루 달릴 때마다

열정 심어 주는 주문처럼

심장 안으로 들어와 자맥질한다

시간의 코끝에 매달려

들꽃 같이 은은한 사랑

녹일 듯이

설렘 품은 채 다가선다

절제하는 그 기억 너머

잠깐의 쉼표 찍자

온몸의 통증이 신열을 낳는다

마음의 풍랑이 일 때도

심연을 더듬어 볼 때도

말없이 다독여 주는 동반자

노을이 달빛 속에 잠들 때까지

그리운 님의 향기는

사색의 긴 여정을 포근히 감싸 준다.

 

 

은20. 가을이 오면/천윤식

 

봄부터 찾아온 코로나19

너와 나를 갈라 세워놓는 바람에

긴긴 장마 여름날을 홀로 보내며

가을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얀 뭉게구름 두둥실 떠가는

청명한 하늘을 보니

그대와 함께 했던 지난날

파도 소리 들리는 바닷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시켜놓고

진한 커피 향에 취해

그대가 읊던 시가 떠올라

홀로 창가에 앉아 읊조리다

커피잔 속에 투영된 마음을 꺼내본다

가을이 오면 코로나19 산을 넘어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헤즐랫 한 잔을 시켜놓고

낭만 가득한 가을을 만나고 싶다

그대와 둘이서 파도 소리 들리는 바닷가 카페에서

 

 

동>>>>

 

동1. 커피 마시는 순간

​- 최고의 시인

아름다움이 머무는 곳에 내가 있으리

짙게 젖은 물가에서

헤엄쳐 나오고 싶지 않아하는 것처럼

일부러 차근히 적신다

인어도 시간이 필요하듯이

헤드 뱅뱅하면서

입안에 굴리고 굴렸던 말들을

흙 위에 손가락으로 써간다

 

 

 

 

 

 

 

동2. 연애의 온도ㅡ*

-그대는내사람입니다

 

 

소녀의 커피

뒤돌아 보니

사랑의 기억

남자에 대한 설렘 기대

정말 우린 여중에서 남자에 대한 환상은 커졌지

소녀는 설레고 우리는 천리안 누리텔 접속중

나는 대학교 오빠와 헌팅하다 받은

편의점 미니차 가격은 2000원

따스한 사랑과 커피를 마시기를 20살때까지 기다렸다

여자가 되기위해 우린

돈없어서 커피 못마시는거 아니잖아

커피는 원하는 카페에 들어가서

가장 마시고 싶은 사람과 만나서

의무감없이 정말

약속 회의아닌 ..

커피에 설레본적 있어요

난요 다른사람과 커피숍에 간다는건

너무 준비해야 할께 많다는거

너의 맘에 쏙들기위해

변장을해요

차분하게 당신 마음에 꼭 들게 하기위해

그래서 당신의 언어에 맞추는 같은 새가되요

우리 같은 언어로 예기해요

그속에는 불협화음이 없어요

우리는 그속에서

따듯함을 나누려고 만나니까요

여자가 되보니

나는 어떤 커피 권해주실꺼에요

남자가 사주는 커피는 한번도 없는걸요

난 남자의 언어를 커피온도처럼 생각해요

눈내리는 밤 난 당신을 기다렸어요

그래요 또다른 연애도 가고

크리스마스도 지났어요

난 내인생의 같이 마셨던 카페ㅡ의 남자를

마음속에 평생 간직해요

온도만큼 정말 따듯해요

기분이 유쾌하니까요

왜냐구요

그건 내가 초대 했으니까요

다음엔 카페가자는 남자를 만나세요 꼭이요ㅡ*

 

 

 

 

 

 

 

 

 

 

 

 

 

 

 

 

동3. 인형이 뿜어낸다

-김보희

 

 

키치한 향기가 정신 회로를 멈춘다

커피잔 앞 자아 없이 생각하는 인형

 

분홍 입망울 사이로

정리 안된 글씨가 흘러들어와

한망울 한망울 피어난다

 

곱게 비어진 잔 앞

인형은 사람이 되어

유유히 종이에 뿜어낸다.

 

*입망울: 거의 다 완성되어가는 이야기를 품은 입술을 곧 피어날 것 같은 잎망울에 비유하였다.

 

 

 

 

 

 

 

 

 

 

 

 

 

 

 

 

동4. 나의 동반자

-이인환

 

일상을 침범 당한 갇혀진 사색창은

오늘도 확트인 전망 거실 끝 창가에 앉아

탁자 위 올려 놓은 한 잔의 찻잔 속에

쏟아진 햇살 한 줌 가을향을 뿌린다

듬뿍 탄 하늘 빛 윤슬과 만난

커피향과의 환상적인 입맞춤도

깜빡이는 노을녘 여생에서

또 하나의 유일한 행복이란 걸

가슴에 첨부시킨다

수십년만의 강추위가 이어지던

2011년 1월 11일 자정으로 향하던 밤이었지

세월이 키워낸 수목원으로 변한

대단지 늙은 5층 아파트 4층 공간에서

세탁기 밑 낡은 전선의 합선으로

불길이 솟기 시작했다

소방관의 출동은 창문부터 다 열었으니

세찬 바람이 침입한 불길은

악마같이 집안을 잿더미로 전소시켰다

울음마저 삼켜버린 아무 흔적도 보이지 않는

몸 하나만 남긴 채

그로부터 오랜 불면의 날과 악몽으로 시달리며

사랑했던 커피와의 긴 생이별은

불면증이 가로챈 아픔으로 너무 길었다

2015년 이른 봄 길목에서 이주한 그날부터

재건축 새아파트 입주한 2019년 10월지나 지금까지

사색창 두드려 준 오솔길 걸으며

불면을 잃은 나의 꿈길은 달콤했다

순간 순간 부딛치는 삶의 여로에서

멀지 않은 남은 생의 동행으로,

더 짙은 사랑으로 커피향과 수없이 입맞춤한다

굳게 닫혀버린 침묵의 감성문이 열리지 않을 때도

모든 인연과의 끊어져버린 비대면 그리움도

삼키며 뱉어나는 설운 울음까지

이제 그는 내 곁에서 깊디깊은 동반자로

멀지 않은 가녀린 여정이 숨쉬는 날까지

그 사랑 나누며 동행하리라.

 

 

 

 

동5. 은1. 향기 – 르시

 

 

아침마다 우리집에는

향기가 넓게 퍼진다.

 

부지런한 햇살이

밝은 인사를 건네며

집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어도

 

따뜻한 커피 향기가 건네는

아주 작은 인사에

 

아침마다 우리 집에는

커피 한 잔의 기쁨이 가득 찬다.

 

 

 

 

 

 

 

 

 

 

 

 

 

 

 

 

 

 

 

 

 

 

 

 

 

 

동6. 니가 없는 소리

김정은

 

- 니가 없는 소리

 

 

 

 

먼 빗소리

차 한 잔

 

니가 오는 소리

슬픔 한 잔

 

니가 가는 소리

미련 두 잔

 

눈물소리

빗소리

 

니가 없는 소리

 

 

 

 

 

 

 

 

 

 

 

 

 

 

 

 

 

 

 

 

동7. 자판기 심부름

-조인자

 

자판기 커피에 인생이 녹아있다

3학년 떳다방 어린아이 엄마 커피심부름

 

인생 10살 우리엄마가 시킨 커피 심부름

지금은 가난한 입김달랠 차지만

달달한 씁쓸한 그맛

인생맛이다

 

인생의 단 미학 왜 엄마는 날 열살때부터 커피심부름을 시켰던 걸까

300원의 종이커피자판기

 

거봐 씁쓸한 내 입맛

단맛 쓴맛 삼킨 적절한 인생맛

 

왜 허름한 자판기는 값싼 인정을 커피에 담았을까

 

엄마몰래 뽑아 먹은 커피와 담배,

취향은 엄마의 취향

취한 내 입맛 내허기달랠 뜨거운 커피한잔

 

인생 동동 저으며 삼키는 가난한 회자의 손은

담배를 문다

 

어때 캬 이맛 늙을 때 까지 울 엄마의 커피 이젠 맥심이 되었지만

난 떳다방 35살 풋내,

두꺼비 손으로 인생을 마신다

 

 

 

 

 

 

 

 

동8. 커피향 오르다

-골디찡

 

바다가 품는

계곡 끝자락

 

흐르는 해무

사라진 별 숨다

 

초록은 짙어

빗자락 여름열다

 

아픈 얼굴 보고싶어

흰색 파도 그대 보다

 

잔잔히 흐르는 커피잔

사랑 그대 별로 향기되다

 

창 열어 시간속 초침

별로 뜨는 그대 눈물되다

 

 

전화~010-2617-9790

주소~부산시 진구 전포1동 진 남 로 302,3층

이름~한경주

 

 

 

 

 

 

 

 

 

 

 

 

 

 

 

 

 

동9. 커피 - 이호경

 

뿌옇게 타 오른 넛트향

까만 속살을 드러내고

흙같은 재만 남긴다

 

 

 

 

 

 

 

 

 

 

 

 

 

 

 

 

 

 

 

 

 

 

 

 

 

 

 

 

 

 

 

 

 

 

동10. 커피 세 잔

향천

 

 

아침에 한 잔

점심에 한 잔

저녁에 한 잔

하루에 세 잔

커피 많이 마셔

밤새 잠이 안 온다

그래도 좋다

너 생각하면 되니까

 

 

 

 

 

 

 

 

 

 

 

동11. 낮선 길

- 에일리언

 

어디선가 비춰오는

어디론가 향하는

빛이 밝아오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동12. 커피향이 그립다

​-이복순

 

카페 창가에 빗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비오는 날 괜스레 센치해 진다

누군가 그리워지는 계절

나 자신에게 좀 힘내라고 커피한잔

피어오르는 향기 속에서

사랑이 담긴 커피 한잔에

살포시 마음을 적셔본다

달콤한 커피 마시는 시간은 내게 큰 즐거움

바쁜 하루의 선물 같은 시간이다

눈감으면 떠오르는 얼굴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름들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와

커다란 머그잔에 담긴

커피 향처럼 구수한 이야기 터놓고 오래 나누고 싶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코스모스 꽃 속에서

환한 웃음 짓던 소녀가

여행 글쓰기를 좋아하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 워 하지 않는

멋진 할머니가 되어

원두를 갈아 필터에 더운물 내린

향긋한 커피를 그리워한다.

 

 

 

 

 

 

 

 

 

 

 

 

 

동13. 커피콩 외1편

-모모\

 

커피콩을 볶으니

서로를 튕겨버리고

커피콩을 갈아내니

서로를 밀쳐내는구나

뜨거운 물을 살살 부어

따뜻한 커피를 내리니

드디어 하나가 되어

환희의 거품을 내뿜는다.

커피잔 위에는

하얀 드레스가 춤추고

짙은 향기는

코끝을 맴돌다 훨훨 날아간다.

 

 

 

 

 

 

 

 

 

 

 

 

커피의 이유

-모모

 

오늘도 새 잔을 기울이는 것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

붉디 붉은 추억을 찾아서겠지.

 

 

 

 

 

 

 

 

 

 

 

 

 

 

 

 

 

 

 

 

 

 

 

 

 

 

 

 

 

동14.<코스모스>

​-강형기-

 

 

꽃이질때 피어나

가을 한가득 머금고

연정으로 짓는미소

진분홍옷고름 동여메고

불지않는 바람에도 흔들려

노래하는 한 소절로 일어나

새벽이슬 한모금

발그레 눈을 뜬 소녀

길섶에 보았던

너의 첫모습

 

 

 

 

 

 

 

 

 

 

 

 

 

 

 

 

 

 

동15 ♡바닐라 라떼

최병석

무미건조한

뇌의 영혼을 달래보려

달그레하니

바닐라향을 뒤집어 쓴

거품커피를

쪽쪽쪽 빨아들여

풍성하게 밀려오는

부드러움은

건조했던 뇌의 영혼을

싸잡아 나꿔채네

그윽하게

목구멍을 적시더니

진득한 커피향이

붙잡힌 영혼에 달라붙어

지그시 눈을 감기우네

 

 

 

 

 

 

 

 

 

 

 

 

 

 

 

 

 

 

 

 

동16. 지금

민병식

겨울 끝자락에 서서

애타게 기다리던 봄이

어느새 매화나무 가지 끝에 걸려 있음을

보지 못했다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도

지나고 보면 순간의 추억이되고

물처럼 흘러갈 것임을

포근한 쇼파에

기대어 듣는 봄의 소리와

한 잔의 커피에 들어있는 향기를 맡는

지금 이 시간

한글자 한글자 새겨 놓았던

추억의 시간과 숨바꼭질도 하고

끝말잇기처럼 이어지는 그리움의 단어를 세며

마음이 잠들면 잠드는대로

뛰어가면 뛰어가는대로

그대로 맡기고 그냥 행복하기로 한다

 

 

 

 

 

 

 

 

 

 

 

 

 

 

 

 

동17.커피와 기타 - 초록이네

 

 

늦은 밤

부드러운 아메리카노는

베이스기타와 어울리고

 

한여름

시원한 아이스카페라떼는

일렉기타처럼 짜릿하게 다가온다

 

비오는 날

거품 풍성한 카푸치노는

클래식기타 소리에 제맛이고

 

친구들과 함께

달콤한 카페모카를 마실 땐

어쿠스틱기타 선율에 나를 맡긴다

 

 

 

 

 

 

 

 

 

 

 

 

 

 

 

 

 

 

 

 

동18. 식은 아메리카노

-현정​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삼십분동안 책을 한 권 읽어보자

열 페이지 정도 읽은 다음 머그잔을 입에 갖다대면

아, 이제서야 딱 맞는 온도가 되었어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이 입안을 화상입혀서

이젠 더이상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아

나는 그동안 수도 없이 입안을 마비시켜서

이젠 더이상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아

이런 까다로운 나는 식은 아메리카노만을 먹어

미지근한 36.5도의 커피는 나에게 있어 최고의 커피

체온을 한 입 들이키고 나니 입 안에 퍼지는 약한 탄내

아, 이제서야 마음 편히 커피를 들이킬 수 있을 것 같아

 

 

 

 

 

 

 

 

 

 

 

 

 

 

 

 

 

 

동19. [ 커피를 마시며 ]

- 김현태 ht606

저녁놀 깔고 앉은 창가

쉼 없이 쏟아내는 그리움 두드려

은은한 향내음 토해낸다

쟁반 위에 매달린 침묵

설레임의 그네 타고 살랑 살랑거려

보고픔 엮어 찻잔에 버무린다

따스한 햇살 숨어들어

뜰안 나뭇가지 흔드는 산들바람은

묻어두었던 기다림 나붓대니

가만히 꺼내 든 농익은 사랑

마음밭 묻어 둔 추억 자락 타고 흘러

아련한 속삭임 어루만진다

뜨겁게 스치는 그 숨결

여백의 가슴밭에 오두마니 앉아서

하이얀 속살거림 입맞춤 한다

저리 가슴속 깊은 곳에

아련한 무지갯빛 휘감쳐 오르며

서걱이는 여유 한 모금 마신다.

 

 

 

 

 

 

 

 

 

 

 

 

동20. [ 커피 ]

- 김상수

 

 

향취 더듬거리는

그리움 자락

쓰디쓴 은밀함 속으로 버무르니

참을 수 없을 만큼 가슴 부풀어

목젖 타고 흘러내리는 그 짜릿함

꽁꽁 동여매고 서 있다

수다가 머물다 간

빈 찻잔 속에

시들지 않은 추억 가득 채우고

시야에 사라지는 야릇한 내음

긴 여운으로

덧난 상흔 감싸 준다

피어오르는 첫사랑 환영

시려 오는 한켠 다독여 주고

지그시 바라보는

어여쁜 미소

오늘도 내일도 너를 찾아 나선다.

 

 

동21. 커피 한 잔의 행복

 

전홍구

 

 

오늘따라 몹시도 덥다

그래서 짜증이 절로 났다

 

특별히 큰맘 먹고 매장을 찾아가 무더위를 날려 시원하게 해 줄 무엇인가를 찾았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워낙 많아 매장 안은 무척이나 북적거렸다

수박 한 통 사 갈까 망설이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시간에도 무더위는 가시질 않아 땀이 저절로 흘렀다

끓인 물에 커피를 탔다

그리고는 냉장고 안의 얼음조각을 충분히 넣었다

 

평소 좋아했던 경음악을 틀어놓은 후 커피 잔을 들고 테라스로 나갔다

감미로운 멜로디에 목을 통해 흐르는 커피향기

‘으흠, 이거야’

이 커피 한잔의 맛

이것이 행복인가 싶다.

 

 

 

 

 

 

 

 

 

 

 

 

 

동22. 커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외1편

-허진혁

 

 

 

집에서는 인스턴트 커피만 마신다

콩 볶는 법을 모르는 까닭이다

카페에서는 카페라떼만 마신다

다른 커피의 맛을 모르기 때문이다

커피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커피의 매력은 잘 알고 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강태공처럼 세월을 흘려보내며

삶의 시간을 마름질 하는 방법을

커피와 함께 배워간다

 

 

 

 

 

 

 

 

 

 

 

 

 

 

 

 

 

 

 

 

 

커피를 앞에 두고

-허진혁

 

 

야 친구야 오랜만이다

저녁은 삼겹살 어떠냐

다 먹었으니 커피 마셔야지

하나 뽑아서 둘이 나눠먹자

이차로 술은 됐고 카페에나 가자

방금 먹었으면서 또 커피냐

그 커피랑 이 커피가 같냐

근데 내 얘기 좀 들어봐라

나 사실 이번에 해어졌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싶다

야 왜 울고 그래

커피를 앞에 두고

 

 

 

 

 

 

 

 

 

 

 

 

 

 

 

 

동23. 커피를 마시는 이유

​-starbox77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내가 너무 밝기 때문이야

밤기차를 타본 사람들은 알지

유리창에 자기모습이 비치는 건

바깥보다 안쪽이 더 밝아서라는 걸

내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마음의 조명을 조금 더 낮추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서야

밝을 때에는 숨어있던 수줍음들이

어둠에는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거든

바깥을 밝힐 수 없으니까

반대로 나를 어둡게 하는 거야

커피를 내리듯 마음을 거르는 거지

이것이 단 것을 좋아하면서도

내가 쓴 커피를 마시는 이유야

널 보기 위해 나는 커피를 마셔

어두울수록 마음의 눈이 떠지니까

너를 밝힌 순 없지만 너보다

더 어두워져서 나보다 빛날 수 있게

내가 너무 밝아 너를 못 보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