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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혜] 손 詩

강산들꽃 2020. 10. 16. 09:42
[강지혜] 손     
2020. 4. 3. 12:36
https://blog.naver.com/lms02010/221888477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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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혜

 


검푸른 뿌리가 불거져 나온 손등
거뭇거뭇 검버섯 피었다
뿌리를 감싼 흙 갈피에 숱한 점
고단한 하루하루가 쌓여 굳어진 돌멩이런가
해 넘겨 그 돌도 어느새 깊이 박혔다
거친 바람 속 막막하기만 한 흙길
햇볕 한 움큼 들지 않는 어둡고 황폐한 손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지독히도 추웠던 시간
우뚝한 매듭이 꼭
알몸으로 버티고 서 있는 바위다


가만히 말아 쥐신 주먹
등에 핀 검버섯은
모진 시집살이로 울결한 홧꽃이리라
갈라져 움푹한 밭고랑
손의 둔덕은 당신이 돌아가시고 나서나 돋궈질까
거친 세월을 견뎌낸 손
낡고 때 낀 삶이 빗금 쳐 있다
끊어질 듯 툭 불거져 나온 힘줄
안간힘으로 남은 생을 움켜쥐고


어머니 따듯한 손에서
묵은 삶의 냄새
홧꽃의 향기가 번져 나온다

 

작품해성:들꽃 강지혜 시인의 '손'은 세심함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그동안 우리는 작품 속의 '손'을 많이 목격해왔다.

하지만 그 손은 늙음의 부분 외형이라며 지나치고 말았다. 앞으로도 많은 우리는 그렇게 볼 것이고 미안해 하거나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것이다. 작품 속 어머니는 화자의 어머니일 수도 있고 비슷한 삶을 살아온 세상의 노인일 수도 있다.

이제까지 봐온 시인의 작품은 대체로 사실에 기초한다. 다만, 사실에 기초하더라도 시의 요소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은유와 함축의 결여, 그리고 이미지가 좁아 보인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ㅡ『詩魔』(2020,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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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혜 : 머니투데이 당선.

#강지혜#손

[출처] [강지혜] 손|작성자 이우디 이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