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강지혜
바람 그네를 타고 놀던 파도
수없이 엎어져
온몸이 새파랗게 멍들었어요
햇님 옷자락에서
숨바꼭질 하던 파도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렸어요
그래도 여름이 좋아
마냥 신이 나서
해종일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 바닷가에서(또는 바다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세 가지 등장인물은 필수적으로 바람, 파도, 해입니다. 너무나 빤한 앎인데도 불구하고 이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전혀 새로운 발견처럼 다가옵니다. 바람, 파도, 해. 그런가요, 바다는. 그렇습니다. 과연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다에서 바람 파도 해, 이 셋을 건져내는 일이. 해종일 바닷가에서 이 셋을 찾아내기 위한 시인의 수고가 가슴에 뭉클 와 닿습니다. 바람이 불면서 파도가 일어서고 가라앉는 반복을 그네 타기에, 종국에 그 반복 운동은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으로. 동심이겠죠. 이 시를 쓰는 분이 동심을 가졌으니 그런 그림이 가능하겠지요. 근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동시의 절창은 중장에서라고 생각합니다. 햇님 옷자락에서/숨바꼭질 하던 파도/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렸어요, 이 부분은 여름, 바닷가 파도 옆 모래사장에서 노는 아이들이 구름에 가려졌다 다시 비추곤 하는 해종일 해에 그을고, 집에 갈 즘에는 얼굴이 까매졌다는 뜻이 아닌가요? 해가 구름에 가려지고(숨고) 다시 밝게 비추고(얼굴을 내밀고) 이렇게 반복됨을 숨바꼭질이라고 비유한 건 아닌가요?
파도의 여운이 많이많이 길어지고 싶은 여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