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20해양과문학 제24호 강지혜 동시3편

강산들꽃 2020. 8. 20. 01:56

서울 함춘회관 문학행사중

                           파도

 

 

                                           강지혜

 

 

바람 그네를 타고 놀던 파도

수없이 엎어져

온몸이 새파랗게 멍들었어요

 

햇님 옷자락에서

숨바꼭질 하던 파도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렸어요

 

그래도 여름이 좋아

마냥 신이 나서

해종일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바닷가에서(또는 바다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세 가지 등장인물은 필수적으로 바람, 파도, 해입니다. 너무나 빤한 앎인데도 불구하고 이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전혀 새로운 발견처럼 다가옵니다. 바람, 파도, . 그런가요, 바다는. 그렇습니다. 과연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다에서 바람 파도 해, 이 셋을 건져내는 일이. 해종일 바닷가에서 이 셋을 찾아내기 위한 시인의 수고가 가슴에 뭉클 와 닿습니다. 바람이 불면서 파도가 일어서고 가라앉는 반복을 그네 타기에, 종국에 그 반복 운동은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으로. 동심이겠죠. 이 시를 쓰는 분이 동심을 가졌으니 그런 그림이 가능하겠지요. 근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동시의 절창은 중장에서라고 생각합니다. 햇님 옷자락에서/숨바꼭질 하던 파도/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렸어요, 이 부분은 여름, 바닷가 파도 옆 모래사장에서 노는 아이들이 구름에 가려졌다 다시 비추곤 하는 해종일 해에 그을고, 집에 갈 즘에는 얼굴이 까매졌다는 뜻이 아닌가요? 해가 구름에 가려지고(숨고) 다시 밝게 비추고(얼굴을 내밀고) 이렇게 반복됨을 숨바꼭질이라고 비유한 건 아닌가요? 

파도의 여운이 많이많이 길어지고 싶은 여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