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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에 관한 동시

강산들꽃 2020. 6. 22. 21:31

                사탕할아버지

 

                                 강지혜

 

 

수원역 앞

겨울 바람 몰아치는 길가

시린 바닥에 앉아

사람들 신발 콧끝만 바라보는 할아버지

종이 박스에 수북한 사탕알들

다 팔아도 몇 천원

돌아 오는 건 된기침과 쓴 한숨 뿐

 

 

한참 후에도 그 자리에서

돌처럼 꼼짝 않고 찬바람을 맞고 계신다

온종일 밥 때도 없이

지나는 발자국 소리만 우물우물

입 안으로 욱여 넣는 할아버지

 

여든 남짓

검버섯 핀 얼굴에

주름 만큼 깊게 파인 고단함

사람들은 이따금 동전을 떨구고

찬 바람은 할아버지의 등을

자꾸만 눈 바닥에 민다

 

 

사탕 한 알에 근심이 사라지고

사탕 몇 알에 침침한 눈이 밝아지고

사탕 한 웅큼에 할아버지의 어두운 세상이 환해 질 수 있을까?

저 사탕이 다 팔리면

할아버지의 마음이

다시 희망으로 따듯해 질 수 있을까?

 

 

 

 

             마늘  심은 날

 

                                 강지혜

 

마늘을 심고 오신 할머니

손톱 끝에

거뭇거뭇 흙살

손에는 마늘 냄새가 배어 있다

 

호박 구덩이에

정성도 듬뿍

조금 있으면

햇살 비닐 씌우고

별가루 왕겨를 뿌리실 거다

 

곧 희망의 싹이 움트겠지?

하늘 보며 사랑은 자라 나겠지?
마음의 갈피 마다

알 굵은 마늘 향 

 

고생 하신 할머니 팔을

꼭꼭 주물러 드린다

한 뼘씩 맞춰 마늘을 심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