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할아버지
강지혜
수원역 앞
겨울 바람 몰아치는 길가
시린 바닥에 앉아
사람들 신발 콧끝만 바라보는 할아버지
종이 박스에 수북한 사탕알들
다 팔아도 몇 천원
돌아 오는 건 된기침과 쓴 한숨 뿐
한참 후에도 그 자리에서
돌처럼 꼼짝 않고 찬바람을 맞고 계신다
온종일 밥 때도 없이
지나는 발자국 소리만 우물우물
입 안으로 욱여 넣는 할아버지
여든 남짓
검버섯 핀 얼굴에
주름 만큼 깊게 파인 고단함
사람들은 이따금 동전을 떨구고
찬 바람은 할아버지의 등을
자꾸만 눈 바닥에 민다
사탕 한 알에 근심이 사라지고
사탕 몇 알에 침침한 눈이 밝아지고
사탕 한 웅큼에 할아버지의 어두운 세상이 환해 질 수 있을까?
저 사탕이 다 팔리면
할아버지의 마음이
다시 희망으로 따듯해 질 수 있을까?
마늘 심은 날
강지혜
마늘을 심고 오신 할머니
손톱 끝에
거뭇거뭇 흙살
손에는 마늘 냄새가 배어 있다
호박 구덩이에
정성도 듬뿍
조금 있으면
햇살 비닐 씌우고
별가루 왕겨를 뿌리실 거다
곧 희망의 싹이 움트겠지?
하늘 보며 사랑은 자라 나겠지?
마음의 갈피 마다
알 굵은 마늘 향
고생 하신 할머니 팔을
꼭꼭 주물러 드린다
한 뼘씩 맞춰 마늘을 심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