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문화예술활동을 위한 개선방안으로 장애예술인의 활동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종합적인 역할을 하는 ‘장애예술인 진흥원(가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민주당 이낙연 의원·사단법인 몸짓과소리가 주관한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 등이 장애예술인을 중심으로 정책 및 기반에 대한 현황과 정책을 분석한 결과, 대관, 예술교육지원, 취업지원, 연구지원, 기술개발, 문화바우처 관리 등의 기능을 갖춘 장애예술인 진흥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장애문화예술의 근본적인 변화와 발전을 위해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및 개별 장애인에게 맞춤형으로 지원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지원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밖에 ▲재정 확보 ▲전문적인 예술교육을 제공하는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균등한 교육 기회 보장 ▲신진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체계 ▲장애예술비평지 개설 등이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장애예술인 및 관계자가 참석해 자신의 사례를 바탕으로 의견을 냈다.

단편 소설 ‘눈이 내리네’ 등을 쓴 김미선(지체장애 2급) 작가는 “빠르게 변해가는 이 세계에 대한 정보와 통찰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감성이나 필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새로운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나보다 몸이 더 불편한 남편의 뒷바라지와 아이 키우는 일로도 벅찼다. 외출 한 번 하려면 보조기·신발·목발을 순서대로 챙기고, 자리에 앉을 때면 목발을 어디다 세워둬야할지, 그게 쓰러지면 어떻게 될지, 세세히 신경 써야 한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더 억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능력의 부족과 경험의 한계를 절감한 이후 장애인 운동판으로 뛰어나오고 말았다.”고 고백하며, “장애가 갖고 있는 허약함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조언자와 인문학적인 지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작가는 “인간으로서 기초적인 생계는 해결할 수 있어야 지속적인 매진을 해나갈 수 있다.”며 △쿼터제의 시행 △작품 발간 지원 △생계의 지원을 주장했다.

서예크로키화가 석창우(지체장애 1급) 화백은 “장애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활동하고 싶었기 때문에 비장애인들과 계속해서 작업했다.”며 “지속적인 어울림 속에 장애의 벽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굳이 장애, 비장애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 화백은 예술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편의시설 미설치 등 어려움에 부딪히기 마련이라며, ▲문예진흥기금 등 최소 5년 이상의 지속적인 지원 ▲물감 등 소모품 재료에 대한 지원 ▲예술활동을 위해 추가로 필요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시간 할당 ▲정부 차원의 장애예술가를 위한 해외 교류전 추진을 요구사항으로 꼽았다.

한국장애인미술협회 김영수(지체장애 1급) 이사는 “진행성 근육 진단을 받고 전공을 살려 건축사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해 취직했으나, 체력적 한계에 부딪혀 고민하던 끝에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그림을 택하기로 했다.”며 “팔과 손의 근육도 약해져 그림도 못하게 됐을 때, TV에서 구족화가를 보고 시도한 결과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김 이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복권기금 신청 과정의 제도적 인적지원 △장애예술인을 위한 종합육성프로그램 △작업공간 지원 △장애예술인을 직업인으로서 제도적 뒷받침 해줄 것을 주장했다.

번동코이노니아 소속 김대현(지적장애 2급) 화가는 “내 주변을 보면 소질은 있으나 대부분 가정환경이 넉넉하지 못해 능력을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며 “턱없이 부족한 미술재료의 공급이나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들의 소질이 개발될 수 있도록 정부나 관련부처가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화가는 2006년 제1회 서울지적장애인미술작품전에서 서울시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장상, 제2·3회 같은 작품전에서 2회 연속 서울시장상, 2009년 갤러리 아쿠아에서 공모한 신인작가 구상전에 당선되는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쌓은 바 있다.

빛소리친구들 김용우 수석 무용수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춤추기에 적합한 휠체어를 찾기 쉽지 않을뿐더러 가격도 매우 비싸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이 춤춘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휠체어가 악기나 미술도구처럼 춤의 도구로 지원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작품을 만들어서 공연무대에 올리려고 해도 공연장을 구하기 쉽지 않다. 공연장 대여 자체도 비싸지만 막상 대여해도 장애인을 위한 관객석이 없거나, 대기실이나 통로 등 장애인 무용수가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화바우처를 사용해 수강료로 내고, 장애예술인 강사가 교육시켜서 교육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장애예술단체를 교육기관으로 선정해 프로그램 지원을 할당해주면 단체와 장애예술가가 함께 공존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KUCO) 이종진 단원은 자원봉사 경험을 토대로 “장애어린이에게 예술교육을 일찍 접하게 해줄수록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원봉사 확충을 위한 기관 및 단체의 적극적인 홍보 ▲자원봉사자에 대한 장애인식교육 ▲다른 봉사기관들과의 연계 구축 ▲예술교육을 위해 필요한 악기 등 기본적인 자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주장했다.

또한 “독자적인 장애인 예술 분야 구축을 통해 사회적 통념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 배우가 자신은 장애인이며 그렇기 때문에 비장애인과 다른 자신만의 특징이 있다고 피력한다면, 이는 장애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