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 듯 봄이 떤다.
이제가면 언제 올까나.
매서운 겨울 눈보라 홀로 견뎌 지금 여기 있는데
다시 찾아든 봄은 어느저리
어떤 약속도 잊은채,
내게서 절룩거리며 간다.
봄끝자락 희뿌연 먼지바람만을
자욱히 남긴채.
다시 올때까지 그 모습이어라
다짐 틀어 받고
져버린 꽃잎처럼
덧없이 간다.
아직 한참 봄앓이는 끝나지 않았는데
가을인 듯 봄은
아직 서늘하기만한데.
벌써 창밖에 서성대는,
성급히 기웃거리는 여름.
슬며시 오는 발자국 소리에
봄이 놀라고.
아,나의 봄은 아무런 준비없이 가고,
또 준비없이 오는 계절에
바톤을 건네주고 만다.
숙명처럼.......
제몸위에 여름을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