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인의 나체와도 같은 동학사의 봄----KANG.
부끄러움을 잊은 채,한껏 속살을 드러내고 만개한 꽃들,
이 시절 동학사는 자연이 내뿜는 강렬한 환희의 신음으로 아름다운 클라이막스에 도달해 있을것입니다.
신이 물감으로 그린듯한 형형색색의 꽃들ㅇ듸 몸부림은 깊고 가뿐 호흡을 내뿜으며 이제 곧 최절정에 달할 것입니다.
한때 내 생활에 대한 무의미함으로 괴로와하던 시절, 어느 날 밤 월담을 해 만났던 사찰 스님의 말씀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 합니다.
---누구길래,네가 괴로와 하는 이유를 내가 짐작이 가도다,내려가라,여기는 네가 있을곳이 아니다.----,
지금은 바람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신 덕담을 아끼지 않고,질책을 아끼지 않으셨던 나를 바로 잡아주신 그 분 ,
그리고, 구수한 사투리로 도토리묵, 동동주를 내놓던 단골 집 아줌마가 이 순간 문득, 정말이지 그리워져.....,눈이 매워져 옵니다.
시나부랭이를 쓴다고 원고지 한권을 들고 일주일에 꼭 한번은 찾아 올라갔던 계룡산 동학사!
그 선녀폭포의 물줄기는 여전히 영롱한 진주알을 쏟아붓고 있을지......,내 고독한 궁상맞은 엉덩이를 받쳐 주었던 몇억만년의 나이를 갖은
바윗돌은 그 자리 나를 잊고,또 누군가를 기다리며 그대로 있을지......,
아 아......,오늘은,
사람들의 잡다한 아우성과 묵집 아줌마의 걸쭉한 사투리를 들으며,대낮 동동주 한사발에 발그레 취해 보고 싶은 날입니다.
아 아.....,오늘은,
그 시절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 그저 소박한 웃음을 지으며,동태찌개 한그릇과 소주 두어잔을 나누고 오고 싶은 날입니다.
그러나,그 시절의 내가 없듯......,
동학사의 그리움은 이제는 달라져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젊고 아름다와 빛났던 내 육체가 시간의 무게 앞에서 힘없이 사라진 것처럼,
나무와 사찰과 스님과.....,엄마의 젖무덤같은 푸근한 흙과 폭포의 물줄기까지도......,세월의 무게 앞에서 무기력하게 쓰러져 버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세상과 뒤틀려 꽃은 마르고,나무는 생명을 잃고 말라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먼 먼.....그리움을 남기고......,나의 아름다운 기억을 유산으로 남기고......,
하지만, 내가 닮고 싶었던 갑사는 지금도 아직 그대로 변함없이,
모진 세월을 홀로 인내하고,낡은 모습으로 그 자리 서 있을지도......,
.........가까운 날 계룡산을 다녀오려 합니다.
이 봄의 향연이 긑나가기 전에,그리고 내가 아직 젊은 심장이 숨쉬고 있을때,
이토록 오늘 나를 그라움에 젖게하는 알 수 없는 이 가슴떨림의 향기가 사라지기 전에......,
아......,동학사의 봄이 지금 내게 어서 오라,초대장을 보내 옵니다.
그곳의 모든것이 사라졌다해도 난 슬퍼하지 않을 것입니다.또 원망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이미,
그 동학사의 하늘은 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이미,
그 동학사의 하늘은 수천만번 변덕스런 먹구름을 걷어내고......해를 띄우고를 반복했을 것을 내가 알기에,
그 시절 동학사의 봄바람의 냄새가 이제는 다를 것이라는 걸 내가 알고 있기에.......,
.......아,동학사의 봄.....,
두고온 사람들과 두고온 그리움을 .......
이제는 만나고 싶습니다.
----------봄바람에 이끌려 나갔던 가리에서 문득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무언가가 잇어 나를 달래기 위헤 적어뒀던 글을
부질없이 옮겨 봅니다.--------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