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곁 외양간 황소가 연신 누런 하품을 토해내고........,
겨우내 산판을 다니셨던 아버지께서 앞마당에 <김삿갓 방랑기>가 늘 같은 시간 흘러 나오는 라디오를 들으시며,
무얼 생각하시는지 때로 흥얼거리기도 하시고, 웃기도 하시고......,독백같은 말도 내뱉으시면서 장작을 패셨던 ---울큰녀석만했던
어릴적 풍경이 문득 저를 이 시간,햇볕이 잘 드는 거실 한쪽 의자에 끌어 앉힙니다.
그때 그 라디오가 그립고,아버지의 한숨이 그립고, 수업료 때문에 팔려 나가며 자꾸 뒤돌아보고 굵은 눈물 방울을
뚝 뚝 흘리던 누런 황소가........, 겨울이면 꽁 꽁 얼어 녹여 줘야만했던 마당 한쪽 펌프가......,널찍한 초가집의 담벼락이......,
또 그때 그 봄바람이,봄햇살이.......내가 당신의 나이가 된 지금 이렇게 간절히 그리워지는건......,
그것은 정말 봄이기 때문일까요?......,
아마도 아버진 그때, 당신의 마감될 생을 진작에 아셨는지도......,
여섯 자식들에 대한 막연한 희망으로 웃고,또 몰래 우셨던것 같습니다.
막걸리 한주전자에 쓴 시름을 달게 삼키셨던 아버지......,너무 늦게 철들고, 너무 늦게 깨달은 지금, 죄송하단 말조차 건넬수가 없는
지금, 아버지 당신처럼.......,
.....사랑해야겠습니다.내게 주어진 모든 환경을.....,
.....끌어 안아야겠습니다. 하나도 버리지 말고......,
.....감사해야겠습니다. 내가 땅을 딯고 살아갈 수 있음을......,
저 역시 자식들에 대한 먼 희망을 안고, 열심히 땔감을 준비하고,밭을 일궈야 겠습니다.
먼 훗날,이런 눈물조차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어 주겠죠?......,
오늘 나의 이런 푸념은,아마도 추억과 봄은 같은 냄새,같은 색깔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봄이 오는 길목에서 문득 KA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