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온 오늘 가느런 비가 내리네.
가는 비라도 진종일 흩뿌리면
내 마음 우울함에 흠씬 젖을까,
곁눈질로 살폿 비가 내리네.
장난스레 심어놓은 화분 속 당근 두 줄기가
비의 기운을 얻어 나무가 된 듯 하네.
그 당근나무를 타고 하늘 끝까지 올라가면
거대한 성이 나타나고 황금하프를 타는 거인이
거기 있을지 모르겠네.
먹갈던 벼루 엎지른 듯
구름이 뭉개져 있네.
뭉개진 구름이 온하늘 다 덮어버리면
내 마음 하루내내 어둔 슬픔 울어버릴까
곰세 물러갈 듯 중간중간 점 찍혀있네.
연그레이 컬러 바탕에 흑점 불량검사
낸 눈에 제대로 발각돼
펼쳐진 나의 하루 크레임 먹을까 얼른 골라 내야겠네.
고르고 고르는 먹구름 선별 작업에
말간 하늘만 가슴에 남아
언제 비가 내렸었는가,
언제 구름이 몰려 있었는가 모르게,
평온한 하루를 또 살아보네.
먹구름 번져 비가 흩부려지는
이런 날도 있으련다,
능청맞은 하늘을 가만 올려다 보네.
이제는 더 이상 보여주지 않겠다고
비도 구름도 제빛을 감추려하네.
찾아들 내일도
저기 먼 하늘에 비눈물이 흐르고
애꿎은 먹구름덩이가
간간히 드리워질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