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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산을 다녀와서,--KANG

강산들꽃 2009. 4. 20. 01:17

신이 보내온 초대장의 유효기간이 끝나갈세라 산에 올라본다.

  최절정에 달해있는 만발한 꽃들은 기다렸다는 듯 내게 향연을 베푼다.

 아,아름답고 아름답다.......,인간의 언어에 대한 한계가 느껴진다.,아니 , 이 순간은 언어라는 게 필요치 않다.

아름답다는 말보다 더 애절한것은 .......침묵이다.고요히 눈을 감고 꽃내음을 음미한다.아름답다는 감탄사보다 감사 하다는 말로 신께 경의를 표해 본다.이 대자연은 신께 내가 공짜로 받은 유산이다.몸이 늙고 추해졌지만, 선량한 마음으로 자연관찰 학습을 할 수 있음을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억지로 끌려온 듯, 다리가 아파질 때쯤,몇만년은 됨직한,닳아 편편해진 바위에 내 퍼진 엉덩이를 쉬게 한다.

내가 산에 오른 건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가 아니다.아니, 궂이 그럴 이유가 없다.

   무심히 하늘을 본다.아......,하늘이 이렇게 파랗고 파란지........몰랐다.하늘밑 세상 풍경은 또 어떤가,

내 옆엔 그님의 나이를 몇곱절은 더 먹었을 듯한, 솔방울을 촘촘히 매단 해묵은 소나무가 함께 있다.청명한 새소리와  빛을 흩뿌리며 날개짓하는  노란 나비는 산을 찾아 온 인간들에 대한 신의 팬서비스이며,배려이다.이것 또한 명품이다.신이 만든 완벽한 무대 세팅이다.

    하늘을 줄창 보았다가, 소나무를 보았다가,꽃들을 보았다가........,시선을 어디에도 두지 못하고 불안한 눈을 굴린다.영롱한 진주알을 쏟아붓는 폭포의 물줄기와,엄마의 젖무덤처럼 부드럽게 밟히는 흙과 , 긴 막대사탕을 땅에 꽂아둔 듯한 연분홍 꽃무리........,나의 처녀시절처럼 그것은 많은 부푼 그리움을 담고 있는듯 하다.

  내가 정해놓은 낮시간 동안,이 자연이 주는 기쁨을 내 가슴에 고스란히 다 담아두기가  벅차다.대자연 앞에서 봄바람에 날리는 미세한 먼지 티끌같은 나는 무엇인가,어떤 의미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가,......끝없는 자문이 인다.

  시간이 흘러 더 이상 이 자유가 허락되지 않을까,허락된 이 시간을 도둑맞을까,부지런히 내 잡념을 정리해 본다.도대체 정리정돈이 되질 않는 게 속물들의 마음이다.말라 타들어 가고 있는 괴목에 순간, 시상이 떠오른다.이 한가지는 얻은듯 하여 뿌듯하다.

  벌써 산이 체크아웃 시간이 온다.노을이 산을 붉게 염색한다.노을 속에서 지친 사람들이 굼뜬 동작으로 하나 둘 내려 온다.내려오는 길에 잔나무 덤불속에 붙어 앉아 영렬히 키스를 하는 한쌍의 낯뜨건 이색적인 풍경을 발견한다.곧장 침실로 들어가야 할것처럼 서로에게 애절히 몸을 맡긴 그들,아주 가관이다.그들은 이 봄을 나처럼 즐기고 있는지 몰랐다.자연과 함께 애무를 하고,어쩌면 그들은 나보다 더 자연을 즐기고 있는지도 몰랐다.그들이 화들짝 놀라며내게 길을 비켜준다.

   꽃과 같은 시절의 그들을 꽃으로 살짝 덮어주고 싶다.계속해서 사랑의 행위를 즐길 수 있도록......,

   몇십가지 복잡히 얽힌 내 잡념을 그대로 다시 주워 온다.아니,애초에 그것들을 버리지 않았었다.버릴 수가 없다.애물단지 같은 도저히 버릴 수 없는 나의 그것들은,처음부터 버려질것이 아니었다.오히려 더 끌어 안고 사랑해야 겠다고 다짐도 해 본다.

   오늘의 내 짧은 휴식의 여운을  님께 전한다.그리고, 이 여운이 가시기전에 하느님께 큰 상을 받은듯한 은혜로운 오늘을 시로 표현해 봐야겠다.이것 또한 잊혀지지 않는 나의 그리움이 될것이다.참,세상 사람들이 잊고 사는,이미 잊은 야생초 민들레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지 말아야 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머니 마지막 돈을 털어 생고등어 두어마리를 사야 겠다.벌써부터 포만감이 느껴진다.

   늘 그런  저녁이 더욱 맛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