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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소리
강산들꽃
2020. 6. 25. 14:16
바람 소리
강지혜
복숭아뼈에 거무스레 옹이 진 삶
삶의 무게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발꿈치에서
서걱서걱,헐벗은 바람 소리가 난다
멀건 동공에 또 하루가 삭는다
귀로 먹는 약이 '이약' 이라던가, 이야기
손님들의 웃음 자락과 주전부리 사연들
아직도 타오르는 불길로 시뻘건 뿔도장이 찍힌 수첩
성성한 바람 관절의 마디마디에 밴 기억이 발 끝에 시큰 거린다
한 때는 공중으로 떠올랐었지,
부메랑 처럼 다시 돌아와 바스락 거리는 검은 비닐 봉지
거뭇거뭇,깊숙한 속내 얘기가 한 점씩 뜯길 때 마다 가슴 마저 헤진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이 없어,바튼 숨을 뱉어 내며
일렁이는 꿈일랑 노을 속으로 던져 아주 태워 버리자
기어이 나를 쓰러 뜨리고 핏빛 술을 목구멍에 들이 붓는다
핏빛으로 피어 오르는 비닐 봉지 한 장
실오라기 바람 줄기가 발등에 성긴다
더는 꿈을 꿀 수 없어,부디 이 진저리 나는 희망도 가져가라
비루한 가슴속 협곡에서 들려 오는
틀어진 내 허리 처럼 굴곡으로 휜 바람
내일이면 또 다시 발 꺼풀에 휘몰아 감길 것이다
숨막히는 또 하루가 복숭아뼈에 도도록히 사무칠 것이다
시퍼런 달빛이 온몸에 멍울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