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시인뉴스포엠>시2편

강산들꽃 2022. 11. 28. 08:14

: http://www.poetnews.kr/sub_read.html?uid=13529&mode=

 

≪시인뉴스 포엠≫ 시래기 外 1편/ 강지혜

시래기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얼굴흙먼지 이는 바람도 온전히 당신의 몫이라고온갖 서러움을 안으로 안으로 삼키다벗겨내지 못한 때로 묵은 냄새

www.poetnews.kr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2/11/18 [10:16] | 조회수 : 108
  •  
  •  
  •  
  •  
  •  

시래기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얼굴

흙먼지 이는 바람도 온전히 당신의 몫이라고

온갖 서러움을 안으로 안으로 삼키다

벗겨내지 못한 때로 묵은 냄새만 난다

 

눈속에 들어찬 모래처럼

아직도 그 묵은 속을 새까맣게 파먹고 있는

이 철없는 자식을 겨우내 기다리며

찬바람의 끝자락에서 거죽만 남은

어머니의 저 마른 시울

 

 

 

물밥

 

 

물을 드시는지 밥을 드시는지 어머니는 부엌에 서서

휘휘 밥 한 술 풀은 대접에 얼굴을 묻고는

숟갈을 쥔 채로 후루룩 밥을 드신다 아침을 마신다

 

훌훌 넘기는 밥,숟갈이 무슨 소용이랴

둘러앉은 자식들 숟가락에 반찬 얹으시곤 살며시 물러나 앉으셨지

어찌 맛난 것을 모르고 배고픈 줄 모르시랴

자식들 입에만 넣어 주시며 그저 흐뭇해 하셨지

 

피어오르는 향냄새에 자분자분 어머니가 걸어 오신다

나물 반찬도 아끼시느라 못 드신 어머니께 수저를 올린다

낡은 스웨터처럼 끼니 걱정에 구멍 숭숭 뚫린 마음을 깁던

한평생 밥상을 차리며 모서리 조차 앉지 않으셨던 어머니께

일 년에 한 번 차려 드리는 상

 

당신의 기일마저도 물밥을 드시는 어머니

이젠 숟가락으로 소고깃국도 떠드시고 발라낸 생선살도 드시고

생전 못 드신 음식 상 한가운데 앉아서

 

울먹이는 내 등을 어머니는 굽은 손으로 가만히 쓰다듬으신다

어미는 아까 많이 먹었다,어여 먹어라

 

초승달이 처연히 가슴에 와 박히는 어머니의 제삿날

밤바람이 자못 시린 날이다

 

 

 

 

 

 

.............................................................

 

강지혜시인

충북진천군출생.경기문협제1기수료머니투데이신춘당선

첫시집 <별을 사랑한죄> 동시집 <별나무> 산문집 <내안의 나에게

 

동시집<꽃소금> zosel5056.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