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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얼굴
흙먼지 이는 바람도 온전히 당신의 몫이라고
온갖 서러움을 안으로 안으로 삼키다
벗겨내지 못한 때로 묵은 냄새만 난다
눈속에 들어찬 모래처럼
아직도 그 묵은 속을 새까맣게 파먹고 있는
이 철없는 자식을 겨우내 기다리며
찬바람의 끝자락에서 거죽만 남은
어머니의 저 마른 시울
물밥
물을 드시는지 밥을 드시는지 어머니는 부엌에 서서
휘휘 밥 한 술 풀은 대접에 얼굴을 묻고는
숟갈을 쥔 채로 후루룩 밥을 드신다 아침을 마신다
훌훌 넘기는 밥,숟갈이 무슨 소용이랴
둘러앉은 자식들 숟가락에 반찬 얹으시곤 살며시 물러나 앉으셨지
어찌 맛난 것을 모르고 배고픈 줄 모르시랴
자식들 입에만 넣어 주시며 그저 흐뭇해 하셨지
피어오르는 향냄새에 자분자분 어머니가 걸어 오신다
나물 반찬도 아끼시느라 못 드신 어머니께 수저를 올린다
낡은 스웨터처럼 끼니 걱정에 구멍 숭숭 뚫린 마음을 깁던
한평생 밥상을 차리며 모서리 조차 앉지 않으셨던 어머니께
일 년에 한 번 차려 드리는 상
당신의 기일마저도 물밥을 드시는 어머니
이젠 숟가락으로 소고깃국도 떠드시고 발라낸 생선살도 드시고
생전 못 드신 음식 상 한가운데 앉아서
울먹이는 내 등을 어머니는 굽은 손으로 가만히 쓰다듬으신다
어미는 아까 많이 먹었다,어여 먹어라
초승달이 처연히 가슴에 와 박히는 어머니의 제삿날
밤바람이 자못 시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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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혜시인
충북진천군출생.경기문협제1기수료. 머니투데이신춘당선
첫시집 <별을 사랑한죄> 동시집 <별나무> 산문집 <내안의 나에게>
동시집<꽃소금> zosel5056.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