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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봄날 |
봄 내린 뜰
메주를 찬찬히 펼쳐 놓으시는 할머니 콤콤한 몸이 햇볕을 쬐는 동안 흙 배긴 항아리를 짚으로 말갛게 닦으신다 오금 한 번씩 펼 때마다 햇볕이 불룩 장독마다 햇살이 튄다 항아리 안에 푸른 하늘이 둥그렇게 먼저 들어앉고 볕이 잘 들어야 장맛이 좋은겨 할머니의 머리칼이 은실로 반짝인다 개집속에 개밥 그릇도 볕 잘 드는 곳으로 나간다 햇볕을 따라 나간 누렁이 햇살에 버무려진 밥을 참 맛나게 먹는 따슨 바람과 햇발이 마당 그득 널린 날 <시작노트> 봄을 생각하면 마술 같다. 거짓 같은데 그대로 참인 사물 현상을 보고 그 혜택 안에서 우리 모두 살아간다. 그 중 봄날의 햇살에는 과학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무량한 아름다움과 힘이 있다. 그 힘을 근원으로 대지에서 싹이 트고,웅크린 우리는 `오금`을 펴고 세상에 나선다. 모든것이 봄이니까. 이 시는 햇살과 할머니와의 관계,혹은 의미를 중심에 놓고 화사하게 펼쳐진다. `항아리`를 `짚`으로 닦는 것에서 화학이 배제 되었던 시절을 보고,`항아리 안에 푸른 하늘이 먼저 둥그렇게 들어 앉`는 것의 발견에서 각이 아닌 원을 살던 시대를 본다. 개밥을 햇빛속으로 집어내는 전개는 시골 살림의 풍경을 절로 불러내며 웃음 짓게 한다. 봄은 이렇듯 새내기들의 계절이지만 `할머니`는 얼마 안 있어 이 봄에서 사라지는 것이 이치다. 그런 할머니이기에 봄날의 이치를 안다. 그 애틋한 순응이 시에 숨어있는 내용이겠다. 모처럼 긍정의 풍경이 화창하다. -장석남 시인ㆍ교수 강지혜 충북진천군출생 경기문협제1기수료, 머니투데이신춘당선, 근로자문학제은상 첫시집 (별을 사랑한 죄) 동시집 (별나무) 화성문화재단도서관 지원 산문집 (내안의 나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