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아버지
논 물꼬를 지키느라 한뎃잠에 덤불 머리
새벽 이슬에 젖어 오신 아버지
책 가방을 꾸릴 쯤 샘에서 낫을 가시며 또 하루를 꾸리셨다
공 들여 키운 벼는 노랗게 영근 머리로 고개 숙였다
흙은 아버지 바램을 거스르지 않았다
심어 놓는대로 손길 주는대로 꼭 보답 해 주었다
흙에게서 배우며 깨달으며 일곱 자식들은 흙의 기운을 먹고 자랐다
비 내리는 아침 젖은 땅 어디선지 달근한 술빵 냄새
자글자글 논 수멍통에 모여 살던 미꾸라지
뛰놀던 논둑 밭둑 기억 속에서 생생히 펼쳐 진다
물이 고이면 수멍통을 틀어 막고 옆 논으로 물길을 내던 아버지
한숨 웃음이 배어 있는 흙은 아버지의 온가슴
건물이 들어서면서 거칠어진 들숨날숨
해 넘을수록 바튼 숨을 토해 내고 있다
아버지 손가락 마디 끝 거뭇거뭇 배어 있는 흙살
콘크리트 막을 씌운 채 그 푸르렀던 기억을 안간힘으로 그러쥐고
도시화로 사라지는 농토 메마른 인정
어릴 적 만지작 거리며 놀던 그 젖가슴 같은 흙이 그립다
사람을 키우고 삶을 일구어 주는 흙
내 마음속에 한 뙈기 채마밭을 들여 놓는다
*제1회동리목월가족백일장 시 입선작